이마트 24년만에 처음으로 올해 신규점포 출점 없어
1993년 창동점 개점 이래 처음…홈플러스도 올해 출점계획 없어


국내 대형마트 업계 1위 이마트가 1993년 1호점을 선보인 지 24년 만인 올해 처음으로 신규 점포를 내지 않기로 했다.

국내 대형마트의 시조(始祖)격인 이마트가 처음으로 신규점을 내지 않는 것은 한때 고속성장을 거듭하며 '유통업계의 총아'로 대접받던 대형마트 성장시대가 저물어가는 상징적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마트는 1993년 11월 서울 도봉구 창동에 국내 최초의 대형마트인 1호점을 개점한 지 24년 만인 올해 처음으로 신규점을 내지 않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마트 관계자는 "24년 전 도봉구 창동에 1호점을 개점한 뒤 매년 꾸준히 신규점을 출점하며 점포수를 확대해왔지만 올해 처음으로 신규점을 내지 않는다"며 "대신 창고형 할인점인 트레이더스만 3개 출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국에 147개 점포를 운영 중인 이마트가 올해 처음으로 신규점을 내지 않는 것은 시장이 어느 정도 포화 상태에 이른 데다 대형마트 규제를 대폭 강화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등의 영향으로 출점 자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010년 이후 여러 차례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은 격주 일요일 의무휴업, 전통시장 인근 출점 제한, 신규 출점시 인근 중소상인과 상생협의 의무화 등 대형마트의 자유로운 영업활동을 옥죄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영향 등으로 2000년대 중반까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할 정도로 전성기를 구가했던 대형마트 업계는 의무휴업제가 본격 도입된 2012년 이후 급격히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2001년 14개로 정점을 찍었던 이마트의 신규점 출점 수도 점점 줄어들기 시작해 최근 3년간은 연간 1~5개 점포를 출점하는 데 그쳤다.

최근 3년간 1~2개 점포를 꾸준히 출점했던 홈플러스도 이마트와 마찬가지로 올해 구체적 출점 계획이 없는 상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올해 전혀 출점이 없거나 잘하면 연말께 1개점을 출점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마저도 일정이 늦춰지면 내년으로 미뤄질 수 있다"며 "출점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후발주자인 롯데마트는 올해 2개점을 출점할 계획이어서 겨우 체면치레를 할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유통산업발전법 등의 영향으로 대형마트 업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데다 온라인 쇼핑의 발달 등으로 대형마트 시장의 성장성이 둔화돼 주요 대형마트들이 추가 출점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2000년 10조6천억원에 불과했던 대형마트 시장 규모는 2003년 19조2천억원까지 급성장하며 처음으로 백화점 시장 규모(17조2천억원)를 넘어섰으며 2008년에는 30조원을 돌파했다.

2010년대 들어서는 당국의 강력한 규제정책이 본격화하면서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해 2013~2015년에는 3년 연속 39조원대에 머물며 40조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 기간 대형마트 시장의 성장률은 0.3~1.6%에 그쳐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했다.

기존점만 놓고 보면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이었다.

아직 공식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업계에서 잠정 집계한 지난해 매출은 40조1천억원으로 처음으로 40조원의 벽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시장의 성장세는 매장 의무휴업제가 도입된 2012년 이후 급속히 꺾이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 트렌드 확대와 급속한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성장세가 거의 정체된 상황"이라며 "온라인과 모바일 서비스 강화 등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시민 김모씨(47.서울 압구정동)는 "대형마트에는 사람이 구름처럼 몰리곤 했었다"면서 "그랬던 대형 마트들이 흔들리고 있다니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passi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