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YTN 방송 화면 캡처
사진=YTN 방송 화면 캡처
22일 새벽 서울 지하철 2호선 열차 화재사고 당시 운행사인 서울메트로 측이 "객실 내 대기하라"는 1차 방송을 한지 불과 2분 만에 "긴급 대피하라" 안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일 새벽 갑작스런 지하철 화재에 놀란 승객 일부는 "대기하라"는 방송에도 불구하고, 지하철 문을 곧바로 열고 탈출에 나섰다. "가만히 있으라"던 세월호 사고의 뼈아픈 기억이 겹치는 대목이다.

22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30분쯤 2호선 잠실역에서 잠실새내역(옛 신천역)으로 진입하던 지하철 하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잠실새내역 진입 때부터 연기가 피어올랐고, 이내 승강장이 연기로 뒤덮였다고 다수 목격자는 증언했다.

플랫폼에 대기하던 승객뿐 아니라 열차 탑승객도 극도로 당황했다. 당시 서울메트로는 2분 여 간격으로 2회 사고 관련 안내방송을 실시했다.

1차 안내방송은 객실 내에서 안전하게 앉아 대기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서울메트로 측 관계자는 한경닷컴과 전화통화에서 "화재 발생 직후인 오전 6시 28분~29분 경 첫 열차 안내 방송을 통해 연기가 발생해 위험하니 일단 열차 내에서 대기해달라"고 처음 안내했다고 밝혔다. 이내 연기가 더 많이 피어오르자 2분 뒤인 오전 6시 31분 경 2차 안내 방송을 통해 "객실과 플랫폼에 있는 시민들은 신속히 대피해달라"고 방송했다.

하지만 놀란 일부 승객은 "객실에서 앉아 대기해달라는" 1차 방송에도 아랑곳않고 의자 옆 비상스위치로 지하철 문을 직접 열고 외부로 대피했다. 연기가 더욱 거세지는 상황에서 자칫 차량 내부에 대기하다가 더 큰 화를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이내 긴급 대피 2차 방송이 나오자 대부분의 승객이 열차 밖으로 빠져나왔다.

소방당국과 서울메트로는 일요일 이른 아침이라 열차 내외 승객이 많지 않아 큰 혼란은 빚어지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객실 대기를 지시한 1차 방송 뒤 불과 2분만에 긴급 대피를 안내했다는 점에서 서울메트로 측 대응에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다행히 이날 화재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세월호 참사를 키운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의 기억이 떠오르는 탓이다. 포털 네이버와 다음 등 관련 기사에는 비난성 시민 댓글이 줄을 이었다. 한 네티즌은 "세월호의 교훈을 벌써 잊었는가. 국민과 시민이 신뢰할 수 있는 대응을 해달라"고 안타까워했다. 다른 네티즌은 "사고 시 가만있으라는 방송을 하면 관련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날 차량 화재로 지하철 2호선 운행이 50여 분 지체됐다. 화재 차량으로 안전한 차고지로 옮긴 현재 2호선을 양방향 정상 운행 중이다. 열차 사고 원인은 조사 중이다. 운행사인 서울메트로 측은 열차 전기 공급 문제로 단전이 발생한 뒤 다시 출발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연기가 발생했다고 언급했다. 서울메트로 측 관계자는 "사고 당시 인체에 무해한 가스이므로 승객이 객실에 앉아서 대기해도 괜찮다"는 식의 안내를 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