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지사(왼쪽),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왼쪽), 박원순 서울시장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경선룰 개정에 제동이 걸렸다. 지도부가 약속한 설 연휴 전 예비후보 등록은 물 건너갔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의원이 ‘야3당 개방형 공동경선’과 ‘공동정부 구성’을 주장하며 룰 미팅에 불참하고 있어서다.

두 사람의 제안에 안희정 충남지사 측이 “정당정치 원리를 간과한 발상”이라고 반발하자 박 시장 측이 “그렇다면 연립정부를 운영하는 외국 사례 역시 정당정치 원리에서 어긋난다는 말이냐”고 재반박하는 등 후보 간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표도 어떤 룰이든 당이 정하는 대로 수용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며 “당 대권후보 5명 가운데 3명이 사실상 찬성하고 있다면 당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민주당 당헌당규위원회는 지난 18일까지 다섯 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아직 큰 가닥을 잡지 못한 상태다. 당헌당규위는 2012년 민주당(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룰(완전국민참여경선제·결선투표제·모바일투표)을 바탕으로 당초 설 연휴 전인 24일까지 일부 경선 규칙을 조정한 뒤 예비경선 후보 등록을 받을 방침이었다.

당 지도부는 두 사람 제안에 부정적이다. 양승조 당헌당규강령정책위원장은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강한 후보를 내고 촛불민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점과 정권을 잡았을 때 연립정부를 구성하겠다는 취지 자체엔 공감한다”면서도 “3당 공동경선이 우리당 문제만이 아니라 다른 당과 합의해야 한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이번 주말까지 룰이 확정돼도 최고위원회, 당무위원회를 모두 거쳐야 예비후보 등록을 할 수 있는데 설 전까지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당헌당규위 간사인 금태섭 대변인은 박 시장과 김 의원 제안에 대해 “취지는 공감하지만 3당 공동경선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우리는 민주당 후보들의 경선룰을 정하는 당헌당규위원회”라고 지적했다.

양 위원장은 “군소 후보들이 100% 동의하지 않는다고 일정을 무한정 미룰 수는 없다”며 “이미 위원들이 충분히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했기 때문에 추미애 대표가 약속대로 설 연휴 전까지 다수 의견을 존중하는 쪽으로 결단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