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조합원 무관심이 집행부 비리 불러…외부 특별위 도입해 감시해야"
비리가 터진 재개발·재건축 조합에는 공통점이 있다. 조합원들의 무관심이다. 대부분 ‘가만히 앉아서 투자 이득만 챙기면 된다’고 생각한다. ‘무임승차’하려는 조합원이 많을수록 조합장 등 집행부의 권한은 커져만 가고 비리 가능성은 높아진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사진)는 20일 “조합원들의 무관심 속에 사실상 조합 집행부의 비리가 방조돼왔다”며 “조합 비리는 결국 조합원들 무관심에서 생겨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합원들이 조합 총회에 자발적으로 참석하고 각종 사업계획서를 잘 챙겨봐야 집행부가 ‘딴마음’을 먹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심 교수는 조합원들이 나서 비리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설계비 등을 부풀려 용역업체와 계약하는 일을 정확히 잡아내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면 어렵다”며 “일정 규모 이상의 재건축 조합은 외부인들이 참여한 특별위원회가 비용 집행을 감독하도록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회계사, 설계사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조합이 특정 용역비로 쓰는 돈이 적정한 수준인지 가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공사의 로비에 휘둘리기 쉬운 공사비도 특별위원회에서 감시·감독할 수 있다. 심 교수는 “3.3㎡당 아파트 공사비가 서울 내에서도 200만원에서 450만원으로 적지 않은 차이가 난다”며 “조합장이 슬그머니 공사비 단가를 10만원 올려 뒤로 챙겨도 전문성이 없는 조합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신탁회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심 교수는 “조합이 예산 집행을 신탁회사에 맡기고 직접 돈을 입출금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에스크로(결제대금 예치) 계좌를 만들어 신탁사를 통해 돈을 거래하면 이후 문제가 생겨도 신탁사가 책임을 지면 된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사법당국에 건축 정비사업 비리 사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재건축 비리는 조합원의 분담금과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피해자가 광범위하게 나오지만 ‘솜방망이 처벌’이 가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는 “일반적인 배임·횡령보다 처벌 형량을 높이고 횡령한 돈에 대한 추징도 끝까지 할 수 있게 법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재건축업계에서 화제로 떠오른 ‘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해선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을 통해 조합이 얻은 이익이 1인당 평균 3000만원을 넘으면 초과 금액의 최고 50%를 세금으로 내도록 하는 제도로 2018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환수제 시행 전에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들은 사업을 끝내려 하고 있다. 그는 “부동산을 투기로 규정하고 산업의 일부로 보지 않아 벌어지는 일”이라며 “주식을 사서 10% 넘는 초과이익이 생기면 회수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서울대에서 도시공학을 전공한 부동산 전문가로 재건축·재개발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있다. 국토교통부 신도시자문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