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도 차명 휴대폰을 사용했다는 증언이 핵심 측근에게서 나왔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19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7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나와 ‘대통령도 차명 폰이 있느냐’는 질문에 잠시 망설인 뒤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주로 업무용 휴대폰을 이용해 박 대통령과 통화했느냐는 질문에 “주로 업무용으로 하고 따로 구두로 말씀드리는 경우도 많고, 대통령과 차명 휴대폰으로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과 통화할 때 도청 위험성이 있어 저희 이름으로 사용된 걸(휴대폰을) 통해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 전 비서관은 ‘최순실 씨에게 대통령 말씀 자료를 보낸 이유가 뭐냐’는 국회 소추위원단의 질문에 “최씨가 정책적으로 판단해 이것(말씀자료)을 고칠 능력은 전혀 안 된다”며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조금이라도 (의견을) 모아놓으면 좋은 표현이 있을까 생각해 (최씨의) 의견을 들은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최씨는) 존재하지 않고 뒤에서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도와주는 사람이었다. 안타깝게도 지금 이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은 (최씨의 존재가) 밖으로 등장하면서 일이 이렇게 꼬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개최에 영향을 미쳤다는 진술도 나왔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가 2013년 10월27일 전화해 박 대통령 유럽 순방 전 수석비서관 회의를 개최하라고 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시끄러운 상황임을 고려해 최씨가 “훌쩍 가는 건 아닌 것 같다. 외국만 가는 것 같다. 순방 가기 전에 수석비서관 회의나 국무회의를 잡아보라 하자”고 말했다고 인정했다. 또 최씨와 통화를 마친 뒤 3일 후인 그해 10월30일 당초 계획에 없던 수석비서관 회의가 열린 것도 맞다고 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