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박수 받고 떠난 오바마…외교 성적표는 F학점?
지난 10일 미국 시카고에서 고별 연설을 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박수를 받으며 떠났다. 하지만 그의 ‘외교 성적표’에 높은 점수를 주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오바마 외교의 핵심은 ‘전략적 협상’이었다. 부시 정부가 쌓아 놓은 ‘전쟁 국가’의 이미지를 해독하기 위해서였다. 동시에 적을 향해 이런 메시지를 던졌다. “당신이 기꺼이 주먹을 편다면 우리는 당신에게 손을 내밀 것이다.”

영국 런던대 버크벡칼리지 정치학과 교수인 로버트 S 싱은 《오바마 이후 미국의 세계전략》에서 오바마 정부의 ‘어정쩡한 구경꾼 전략’이 패권국가로서 미국의 권위를 쇠퇴시켰다고 지적한다. 미국이 개입과 비개입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며 현지 문제에 대한 영향력을 떨어뜨렸다는 것. “무력 압박도 불사하겠다”는 의지 없이 무장 해제한 외교는 선의, 도의적 설득, 선별적 제재에 과도하게 의존했다는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오바마 정부의 최대 외교 업적으로 꼽히는 이란 핵 합의가 ‘최악의 협상’이라고 비판하며 재협상을 공언해왔다. 저자 역시 경제 제재 완화 등 이란이 원하는 조건을 모두 제공한 점, 평화적 목적의 우라늄 농축 권한을 인정한 점 등을 들어 이란의 핵 야욕을 저지할 실제적 방안이 되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이어 “이란과 러시아에는 잘못된 과대 투자를 한 반면 중동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요 안보 위협에 대해서는 과소 투자가 이뤄졌다”고 지적한다. 오바마 정부는 안보정책의 수단으로 미 주둔군을 현지에 유지하는 것보다 ‘부시의 전쟁’을 종식시키는 데 초점을 뒀다. 이라크 평화가 유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급하게 전쟁 종식을 선언했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 기회를 놓쳤다는 설명이다.

‘이슬람국가(IS)’의 급성장도 오바마 정부의 대표적인 외교정책 실패 사례로 꼽힌다. 이란이 지역에서의 지배력을 확장해나가는 동안 IS는 서구 전역에 흩어져 있는 광신도들의 도움으로 세력을 넓혔다. 지하디스트는 오사마 빈라덴이 사살당한 2011년 5월보다 넓은 지역을 장악했다.

러시아의 팽창과 중국의 도발을 막지 못하며 미국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었다. 저자는 오바마 정부의 외교 실패를 바로잡을 수 있는 방안으로 ‘강한 미국의 복원’을 주장한다. 이를 위한 다섯 가지 전략은 △방위비 증대를 통한 난공불락의 군대 재건 △동맹관리 능력 회복 △자유무역과 에너지 확보로 안보 회복 △확고한 전쟁 억제와 강력한 테러 방지 대책으로 ‘강력한 국제주의’ 부활 △전략적 해결의 재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