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배출권거래제 활성화를 위한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한덕수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앞줄 오른쪽 두 번째) 등 참석자들이 주제발표를 듣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배출권거래제 활성화를 위한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한덕수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앞줄 오른쪽 두 번째) 등 참석자들이 주제발표를 듣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국내 기업들이 온실가스 규제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시장 원리를 기반으로 한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TS)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국 일본 등 경쟁국보다 탄소시장(carbon market)을 빠르게 정비해 글로벌 허브 자리를 선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온실가스 규제, 시장 원리대로 ”

기획재정부는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기후변화센터 주관, 한국경제신문사 후원으로 ‘배출권거래제 활성화를 위한 개선방안’ 세미나를 열었다. 한덕수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등 정부 및 공공·민간기업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한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파리기후협정을 맺은 196개국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188개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출했다”며 “올해엔 세계 20억 인구,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40%가 기후협정에 따른 영향권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국가가 탄소시장을 활용해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는 추세”라며 “시장 원리(메커니즘)를 잘 활용하면 일자리 창출 등 경제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2015년 12월 파리협정에 따라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의 37%를 감축해야 한다. 배출권거래제는 정부가 524개 기업에 탄소배출량을 할당하고 개별 기업이 더 적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면 남은 할당량을 거래할 수 있도록 시장을 열어준 것이다. 배출권거래제 1차 이행계획(2015~2017년)에 따라 한국거래소가 시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거래량이 적다는 지적이 많았다.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배출권 거래 시장을 활성화하면 한국이 트레이딩 허브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투자자를 유인해 중국·일본 기업의 탄소배출권도 한국거래소에 상장할 수 있도록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탄소 시장은 아직까지 해외 배출권을 사고파는 게 까다롭다”며 “해외 투자자도 한국 기업의 탄소배출권을 쉽게 매매할 수 있도록 제도가 정비된다면 거래량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배출권 기준 명확해야”

전문가들은 배출권거래제 2차 이행계획(2018~2020년)과 관련, 정부의 일관성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배출거래제 2차 기본계획을 이달 말까지 수립하고 시행령은 오는 6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2차 계획엔 해외 탄소배출권 허용과 할당량 규제 완화 등이 담긴다.

하상선 에코아이 탄소배출권사업본부장(상무)은 “2차 기본계획 초안을 보면 국내 기업들이 해외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을 통해 얻은 탄소배출권이 국내에선 어느 선까지 인정되는지가 불명확하다”며 “탄소배출량을 목표만큼 줄여야 하는 기업엔 매우 중요한 이슈인 만큼 정부가 정확한 룰을 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CDM 사업은 해외 신재생에너지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청정기술을 활용한 고효율 가전제품을 해외에 판매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김재식 한국중부발전 기후대책부장도 “기후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해 중장기 계획을 짜기 어렵다”며 “탄소시장 활성화를 위한 선제조건은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상철 기재부 사무관은 “해외 배출권과 관련해선 상반기 토론회와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