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이민 중시한 실용적 선택…"협상 주도권 잡으려는 계산"
재계 "투명해진 점은 환영…무역관계는 우려"
스코틀랜드 "제2의 독립주민투표로 더 다가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단일시장에서 떠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영국 내에선 환영과 우려, 반발 등 혼재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6월 국민투표 이후 '하드 브렉시트'냐 '소프트 브렉시트'냐를 놓고 대립해온 양상의 연장 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메이 총리는 그간 EU 이민자 수 억제를 위해 국경을 통제하면서도 대(對)EU 무역관계와 관련해선 "최선의" 합의를 추구하겠다고 해왔다.

이날 메이 총리가 한 연설도 사실 이전의 언급과 다르지 않다.

다만 EU 단일시장 회원국 지위를 추구하지 않겠다고 명확히 선을 그은 점이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로 결론 난 국민투표 결과에는 EU 이민자 억제와 국경 통제, 주권 회복 등을 바라는 염원이 자리 잡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해왔다.

메이 총리는 이날 "브렉시트 국민투표 운동 기간 찬반 양측 모두 EU를 떠나는 것은 EU 단일시장을 떠나는 것을 의미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며 단일시장 이탈은 브렉시트 결정을 이행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다른 측면으로는 메이 총리가 실용적인 접근을 취했다는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EU 정상들은 영국에 "과실 따 먹기"를 불허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해왔다.

이런 가운데 메이 총리가 단일시장 회원국 지위를 고수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취함으로써 브렉시트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평가다.

메이 총리는 상호 이익 차원에서 EU 단일시장에 대한 "최대한의 접근"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영국 재계에선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한다.

영국산업연맹(CBI) 캐롤린 페이비언 사무총장은 "단일시장 이탈은 영국과 EU 간 무관세 교역이 가능한 선택들을 줄인다.

하지만 (브렉시트 협상 계획이) 더 투명해진 점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그는 "브렉시트에서 성공을 거두기를 바라지만 재계는 해로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들로 되돌아가는 것을 걱정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덧붙였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최종 합의안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영국상공회의소(BCC) 사무총장 애덤 마샬은 "기업들에 정말 중요한 것은 협상안이 아니라 협상 결과물"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총리의 우선순위들을 더욱 분명히 알게 됐지만 어떤 협상 결과물이 나올지에 대해선 어제와 달라진 게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 찬성을 이끌었던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은 "매우 매우 흥미로운 비전"이라고 환영했다.

존슨 장관은 "국경 통제와 지금 EU에게 주는 많은 돈을 되찾고, EU 사법체계와 단일시장에서 나가는 방법에 관한 환상적인 연설을 들었다"고 반겼다.

브렉시트 강경파 진영에서 요구했던 "깨끗한 이별"을 메이 총리가 수용했다는 평가다.

반(反) EU 운동을 펼친 영국독립당(UKIP) 더글러스 하스웰 의원도 연설에 "매우 기쁘다"며 "실용적이고 분별 있는 접근"이라고 환영했다.

하지만 EU 단일시장 회원국 지위를 잃게 되면 제2의 독립 주민투표에 나서겠다고 압박해온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의심의 여지 없이 제2의 독립주민투표에 더 다가갔다"고 반발했다.

니콜라 스터전 SNP 대표는 메이 총리가 영국을 "하드 브렉시트 절벽"으로 내몰고 있다면서 메이 총리가 단일시장 이탈을 위임받은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메이 총리가 이날 스코틀랜드 등 자치정부들과 협상 계획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다독였지만 단일시장 이탈을 선언한 만큼 스코틀랜드의 제2의 독립주민투표 가능성은 더욱 커진 셈이다.

전날 무너진 북아일랜드의 공동정권의 일원인 신페인당은 관세동맹 이탈은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의 국경 통제 강화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아직 메이 총리 연설에 대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한편 이날 영국 파운드화는 메이 총리의 연설을 불확실성이 완화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급등했다.

이날 파운드화는 미국 달러화에 대해 오후 3시40분(런던시간) 현재 전날보다 2.7% 오른 파운드당 1.2370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투자회사 NFS의 닉 스타멘코비치 애널리스트는 "메이 총리가 예상보다 실용적인 접근을 채택한 것으로 여겨지면서 파운드화에 안정을 줬다"고 말했다.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