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앞두고…한화큐셀, 태양광 또 수주
한화큐셀이 미국 전력회사 넥스트에라에 수천억원 규모의 태양광 모듈(태양전지판)을 공급한다. 태양광 모듈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가격은 작년 최저점 대비 25%가량 뛰었다. 이에 따라 17일 증시에서 한화큐셀 모회사인 한화케미칼은 6.13%, 세계 3위 폴리실리콘 업체인 OCI는 8.83% 급등했다. ‘트럼프 시대’에도 태양광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올해 태양광 설치 수요가 감소할 전망이어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시각도 많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넥스트에라에 1조원 규모의 태양광 모듈 공급을 마친 뒤 ‘일감 부족’ 우려에 시달렸다. 특히 지난해 설비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을 키운 상황이라 올해 공장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태양광에 부정적인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 한화큐셀이 강점을 지닌 미국 시장에서 성장성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많았다.

하지만 넥스트에라와 대규모 공급계약을 맺으면서 이런 우려를 상당 부분 씻어냈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한화큐셀은 공시 규정을 이유로 정확한 계약 내용은 오는 21일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증권가에선 수주액을 6000억원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당선에도 미국 태양광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폴리실리콘 가격도 상승세다. 지난해 9월 ㎏당 12달러대까지 하락했지만 올 들어선 15.7달러까지 올랐다. 중국 수요가 일부 회복된 덕분이다. 그동안 코너에 몰렸던 폴리실리콘 업체들도 한숨 돌리게 됐다. OCI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폴리실리콘 가격이 ㎏당 1달러 오르면 연간 영업이익이 600억원가량 증가한다.

OCI는 태양광 시장 회복에 맞춰 생산능력을 키우기 위해 오는 3월 말까지 일본 화학기업 도쿠야마의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공장 지분 전량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9월 이 공장 지분 16.5%를 인수했다. 지분 전량 인수에 드는 돈은 2억달러(약 2400억원)가량이다. OCI는 군산공장에서 연간 5만2000t의 폴리실리콘을 생산한다. 말레이시아 공장을 인수하면 생산능력이 연간 7만2000t으로 늘어나 세계 1, 2위인 독일 바커(7만8000t), 중국 GCL(7만2000t)과 ‘파워 게임’을 펼칠 수 있다.

업계에선 길게 보면 태양광 시장의 전망이 밝은 데다 향후 2~3년간 신규 증설이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움츠렸던 태양광 시장이 올해 기지개를 켤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중국이 지난해 태양광 설치 목표를 줄인 데다 트럼프 정부가 화석연료 우선정책을 펴는 점은 부정적이다. KTB투자증권은 태양광 시장의 양대 축인 중국과 미국의 수요 감소 등으로 올해 세계 태양광 설치 수요가 작년보다 18%가량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남성우 한화큐셀 대표도 올초 직원들에게 “2017년은 더 혹독한 시장 환경에 처했다”며 전방위적인 원가 절감 노력을 강조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