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트 이어 GM도 미국 투자 약속…독일 BMW는 멕시코공장 '강행'

글로벌 자동차업체의 미국 투자를 압박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으름장에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도요타자동차에 이어 한국의 현대·기아자동차까지 무릎을 꿇었다.

현대기아차는 17일(현지시간) 향후 5년간 미국에 31억 달러(약 3조6천억원)를 투자하고 미국에 신규 공장을 건설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이 보도했다.

정진행 현대기아자동차 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의 세계적인 성공을 달성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장인 미국 시장에 전념해야 한다"며 투자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정 사장은 원래 계획대로 기아차의 멕시코 공장에서 현대차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지만 멕시코 공장 문제를 고심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투자활동 결정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발언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그간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과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행보를 볼 때 이번 결정을 트럼프 당선인과 떼어 생각하기는 어렵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간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 자국 기업은 물론 일본 도요타 자동차와 독일 BMW 등을 직접 거론하며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는 자동차를 미국에서 판매할 경우 고율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위협했다.

또 미국 공장에 투자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이어왔다.

이 때문에 포드는 16억 달러를 들여 멕시코에 공장을 세우겠다던 기존의 계획을 접고 대신 미국 미시간 공장에 7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피아트크라이슬러는 미국 미시간과 오하이오 생산시설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공언했고, 도요타 자동차도 향후 5년간 총 100억 달러를 미국에 쏟아붓겠다고 약속했다.

그간 트럼프의 공개 지목에도 멕시코 투자를 철회하지 않겠다며 입장을 고수해온 GM도 이날 결국 백기를 들었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 GM은 17일 총 1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GM은 향후 몇 년 동안 이 같은 거액의 투자를 통해 미국에 1천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유지할 계획이다.

트럼프는 최근 포드, 도요타 자동차 등의 투자 발표가 나온 뒤 지난 11일엔 "GM도 뒤따르길 바란다"고 노골적으로 GM을 압박해왔다.

이제 남은 곳은 BMW, 폴크스바겐 등 독일 자동차업체들이다.

이들 기업은 아직 트럼프의 협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BMW는 트럼프가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BMW 차량에 35%의 세금을 물리겠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트럼프의 발언은 놀랍지도 않다"며 "(멕시코 공장 건설 계획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고 못 박았다.

앞서 폴크스바겐도 멕시코 차량 생산 계획에 변함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