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피의자 신분으로 특별검사팀에 소환되는 등 기업 수사가 무차별 확산되고 있어서다. 주요 그룹은 숨을 죽인 채 특검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 다음 ‘타깃’으로 거론되는 SK그룹은 초비상이다. 아직 최태원 회장 등에 대한 소환 통보는 없지만, 특검이 2015년 8월 최 회장의 특별사면 과정에서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어서다.

특검은 2015년 8월10일 의정부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최 회장과 대관업무를 총괄하는 김영태 SK그룹 부회장이 면회를 하면서 나눈 대화 녹취록을 수사 중이다.

김 부회장은 최 회장에게 “왕 회장이 귀국을 결정했다. 우리 짐도 많아졌다. (왕 회장이) 분명하게 숙제를 줬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왕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귀국은 최 회장 사면을 의미하는 것으로 특검은 보고 있다. 숙제는 그에 따른 대가라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SK그룹 측은 이에 대해 “2015년 8월10일 오전 10시부터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려 이미 다양한 루트를 통해 최 회장이 사면 대상에 올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숙제와 짐의 의미는 당시 광복절 특사가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이뤄진 것인 만큼 SK그룹이 이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롯데그룹도 불안해하긴 마찬가지다. 신동빈 회장이 작년 3월 박 대통령을 만난 뒤 면세점 사업권을 추가로 따낸 것으로 특검이 보고 있어서다.

롯데그룹 측은 “신 회장이 박 대통령을 만나기 전인 2015년 말부터 신규 면세점을 추가로 내주기로 정부 방침이 정해진 상태였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검 수사가 과도하게 이뤄지면서 기업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인수합병(M&A)이나 대규모 투자를 제대로 할 수 없어서다. 글로벌 비즈니스도 ‘올스톱’됐다.

이재용 부회장과 최태원 회장, 신동빈 회장 등은 특검 수사 여파로 17일부터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에 가지 못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인 박 대통령과 최순실을 뇌물죄로 엮기 위해 특검이 기업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장창민/주용석/정인설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