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 휴브너 데이코 사장 "빌트인만 만들었다…삼성전자 만나고 IoT 눈 떴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속도에 놀랐습니다.”

척 휴브너 데이코 사장(사진)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올랜도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빌트인 가전 전시회 KBIS에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전자와의 협업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데이코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9월 인수한 미국 명품 빌트인 가전 회사다.

데이코의 빌트인 가전은 냉장고, 가스레인지, 오븐, 식기세척기 등을 합친 가격이 최소 5만달러 이상이다. 1년에 50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고액 자산가가 주고객이다. 휴브너 사장은 “이사를 잘 하지 않고, 집에 손님을 자주 초대하는 미국에선 정기적으로 주방 가전을 교체한다”며 “럭셔리 빌트인 시장만 연 27억달러(약 3조2200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인수 후 4개월 만에 삼성의 기술력과 데이코의 브랜드 및 노하우를 결합한 제품 라인을 완성했다. ‘모던 라인’으로 불리는 이 제품군은 ‘헤리티지 라인’인 데이코의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다. 검은색에 회색빛이 도는 그래파이트 스테인리스를 제품 대부분에 적용했고, 스마트폰으로 냉장고 내부 식자재를 들여다보기 위한 카메라를 다는 등 사물인터넷(IoT) 기능을 적용했다.

휴브너 사장은 “미국에서는 40~50대 신흥 부자를 중심으로 디지털 기능이 결합된 가전제품 수요가 늘고 있다”며 “빌트인만 제작해 온 경쟁자들은 IoT 기능 적용 등에 느린 만큼 해당 영역에서 데이코가 앞서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와의 협업은 흥미진진한 작업이었다”며 “기술진이 제품을 다루는 세밀함에 감명받았다”고 했다. 자회사 편입 후 삼성전자와의 화학적 융합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휴브너 사장은 “삼성전자가 합병 후에도 데이코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며 “두 회사 기술자들은 함께 제품 개발에 몰입하는 경험을 통해 양사가 어떻게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잘 이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2년 내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매출을 회복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매출을 몇 배로 늘려야 가능한 일이다. 휴브너 사장은 “두 회사의 결합을 통해 삼성전자는 수십년을 투자해도 얻기 힘든 미국 고급 빌트인 시장의 입지를 확보했고, 데이코는 제품 기획력을 얻었다”며 “양사가 시너지를 내고 있는 만큼 조만간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올랜도=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