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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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정민 기자 ] 한국 화장품 기업들이 무슬리마(무슬림 여성) 공략 채비에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주력 해외시장이던 중국에서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으로 지평을 넓히며 해외시장 다변화에 나선 모습이다.

11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중동 복합기업 알샤야그룹(Alshaya Group)과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본격적으로 중동 시장 공략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은 수년 전부터 중동 시장 공략을 위해 주요 도시에 지역전문가 '혜초'를 파견했고, 지난해 5월 두바이에 자회사 중동법인(AMOREPACIFIC ME FZ LLC)을 설립한 바 있다.

이후 현지 에이전트사를 찾던 중 리테일·트레이딩·자동차·부동산·투자·호텔 등 사업 분야를 보유한 복합기업 알사야그룹과 손을 잡게 됐다. 알사야그룹은 리테일 부문에서 스타벅스·H&M·빅토리아시크릿·데벤헴백화점 등 70개 이상의 글로벌 브랜드 유통을 맡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중동에 첫 선을 보이는 브랜드는 색조 화장품 브랜드 에뛰드하우스이다. 올 하반기 두바이에 1호점을 열고, 향후 걸프협력회의(GCC) 6개 국가인 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바레인·오만 등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아시안 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중동 고객에게 아모레퍼시픽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혁신적인 뷰티 문화를 전파할 것"이라며 "국내 시장을 넘어 중국·동남아시아·인도·중동·유럽으로 이어지는 유라시아의 새 길을 '아시안 뷰티'로 연결하겠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뿐 아니라 한국 화장품 기업들은 색조 제품에 강점을 둔 브랜드를 중심으로 무슬리마 공략에 나서고 있다. 중동에서는 화려한 외모를 부의 상징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어 뚜렷하고 진한 색상의 색조 화장품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K뷰티 쌍두마차인 LG생활건강도 로드숍 더페이스샵을 내세워 중동에서 사업을 키워가고 있다.

더페이스샵은 2006년 요르단에 이어 2007년 UAE에 진출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사우디아라비아(33개)·UAE(23개)·오만(6개)·요르단(1개)·아르메니아(1개)·바레인(1개) 등 6개국에서 6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류를 활용해 현지 소비자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고, 10~20대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색조 제품을 소개하며 지난해 중동 시장에서 매출 70억원을 달성했다.

로드숍 브랜드 토니모리는 2015년 말부터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했다. 현재 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지난해 9월 루이비통모헤네시(LVMH) 산하의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의 중동 매장에도 입점하며 고객 접점을 늘리고 있다.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주문자상표 부착생산방식(OEM) 업계에서도 중동 시장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코스맥스는 지난해 7월 인도네시아 현지 공장이 할랄 인증을 받아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할랄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허락된 것'이라는 의미로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에 적용된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동 화장품 시장은 2015년 180억달러(21조5352억원) 규모로 2020년까지 연평균 15%씩 고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승진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한국은 UAE 화장품 수입대상국 중 20위로 아직은 시장점유율이 높지 않다"면서도 "최근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어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두바이 소재 더페이스샵 매장(사진=LG생활건강 제공)
두바이 소재 더페이스샵 매장(사진=LG생활건강 제공)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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