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심장발작·신경과민·암 유발, 설탕은 21세기의 담배다"
담배 한 개비를 피우는 것과 한 갑을 피우는 것 중 어느 것이 몸에 더 해로울까. 물어볼 필요도 없다. 그럼 담배 한 갑과 사탕 한 봉지를 비교해 보자. 사탕과 담배의 해로움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설탕 소송(the case against sugar)》의 저자 개리 터브스는 “설탕은 21세기의 담배”라고 규정한다. 터브스는 그동안 다이어트와 만성질환에 대해 집중적으로 써 온 작가다. 2002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좋은 칼로리, 나쁜 칼로리》를 포함해 《우리는 왜 살이 찌는가》 등을 출간했다.

현대 사회에서 설탕은 당뇨와 비만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미국 어린이의 10%는 무(無)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을 앓고 있다. 설탕은 심장발작과 신경과민, 알츠하이머, 암 등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왜 설탕 사용을 줄이지 못하는가. 터브스는 역사로 답을 대신한다. 지난해 9월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1960년대 유명 설탕회사가 세 명의 하버드대 과학자로 하여금 설탕과 심장병 간의 관계를 평가절하하는 보고서를 내도록 매수했다는 문서를 공개했다.

2차 세계대전 발발 후 미 정부와 시민단체들은 설탕의 폐해를 홍보하며 설탕 없이 살 수 있는 방법 등을 권고했다. 설탕회사들은 이에 설탕연구재단(SRF·sugar research foundation)을 설립하고 홍보전에 돌입했다. 설탕회사들은 SRF를 통해 체내 당이 부족하면 사람이 공격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며 설탕 소비 유지에 안간힘을 썼다.

2차 세계대전 후 ‘칼로리 전쟁’이 시작되자 이번엔 ‘설탕 한 스푼에 16칼로리밖에 안 되는데 왜 설탕만 가지고 그러느냐. 칼로리가 문제라면 다른 음식도 다 줄여야 한다’는 논리로 대응했다.

저자는 ‘담배 한 갑을 평생 피운 사람이 한 개비를 피운 사람보다 오래 살았다면 담배 한 갑은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한다. 무슨 논리를 대도 해로운 것은 해로운 것이라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