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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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는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위아래로 세 배 추종하는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가 있다. 두 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와 마이너스 한 배를 따르는 인버스 ETF만 있는 국내보다 선택의 폭이 넓은 셈이다. 등락률의 세 배까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말을 뒤집으면 손해도 세 배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이 투자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을 빼놓지 않는 이유다.

지수가 한 방향으로 쭉 움직인다면 두세 배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최고의 투자 도구다. 하지만 오르내림이 심한 구간에서는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다. 지수가 첫날엔 10% 오르고 다음날엔 10% 떨어졌다고 가정해 보자. 이 지수를 투자하는 한 배형 ETF의 기준가는 100원에서 110원으로 올랐다가 99원으로 내려오게 된다. 이틀 동안 1%의 손해를 본 셈이다. 하지만 두 배형에 투자했다면 이틀 동안 손실률이 4%(100원→120원→96원)로 껑충 뛴다.

극단적인 예로 세 배형에 투자했는데 지수가 3일 연속으로 10% 빠진다면 손실률이 70%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도 세 배형 ETF는 전체 투자자의 1% 안팎에 한하는 전문투자자용 상품으로 분류된다. 미국 증시는 상한가와 하한가 개념이 없어 짧은 기간 동안 손실폭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전래훈 NH투자증권 해외상품부 연구원은 “두세 배 ETF는 절대 장기로 보유하지 말고 단기 투자만 해야 한다”며 “원금을 회복하려고 오랜 기간 보유하다가는 금세 원금을 까먹는다”고 조언했다.

세 배형 ETF는 이벤트 드리븐(특정 사건이 발생하면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방법) 투자에 주로 활용되며 평균 투자 기간은 하루 미만이다. 지난해 국내 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돈을 넣은 세 배형 ETF는 유가 상승률을 추종하는 상품(UWTI·현재 상장폐지)과 러시아 지수에 연동되는 상품(RUSL), 브라질 지수를 따라 움직이는 상품(BRZU) 등이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