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맥월드 행사. 스티브 잡스가 첫 번째 아이폰을 세상에 공개하며 “애플은 아이폰으로 폰을 재발명한다(Apple reinvents the phone with iPhone)”고 선언했다. 그해 6월29일 미국에서 처음 판매를 시작한 아이폰은 지금까지 11차례에 걸쳐 새로운 모델이 나왔고, 글로벌 시장에서 10억대 이상 팔리는 21세기 최고 베스트셀러가 됐다.
아이폰 10년…여전히 배고픈 팀 쿡 "최고는 아직 오지 않았다"
애플이 아이폰을 선보인 지 정확히 10년이 흘렀다. 애플은 지난 10년간 아이폰 시리즈 인기에 힘입어 정보기술(IT) 업계의 황제로 군림했다. 하지만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9일(현지시간) “우리는 이제 겨우 시작이며 최고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했다. 애플의 혁신이 사라지고 있다는 시장의 지적을 의식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제 겨우 시작일 뿐”

쿡 CEO는 홈페이지에 올린 ‘아이폰 10년: 혁명은 계속된다’라는 글을 통해 “아이폰은 우리 고객들 삶의 한 부분이며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의 소통 방식, 엔터테인먼트, 업무와 삶을 개선해 주고 있다”고 썼다. 이어 “아이폰은 첫 10년간 모바일 컴퓨팅의 기준을 세웠고, 우리는 이제 겨우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2007년 등장한 아이폰은 글로벌 시장에서 스마트폰을 대중화한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줄이고 키우는 ‘멀티 터치’의 개념을 처음 선보였고, 뛰어난 사용자경험(UX) 등으로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애플이 2008년 선보인 앱스토어는 개발자와 스마트폰 이용자끼리 다양한 앱(응용프로그램)을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해 스마트폰의 활용성을 대폭 넓혔다. 애플은 아이폰 시리즈의 인기로 2011년 8월 이후 6년째 글로벌 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1위(현재 760조원 규모)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성장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

권불십년이라고 했던가. 애플은 지난해 매출과 순이익이 15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하는 굴욕을 겪어야만 했다. 애플의 성공 신화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쿡 CEO도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2015년에 비해 15% 삭감된 연봉을 받아야만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마트폰 시장은 성장이 멈췄고, 경쟁사들은 비슷하거나 더 좋은 제품을 더욱 저렴하게 판매하는데 애플의 신제품은 조금 나아졌을 뿐”이라고 혹평했다. 애플은 올해 아이폰 10주년을 맞아 대대적으로 성능을 개선한 신제품 아이폰8(가칭)을 선보일 예정이다. 2011년 아이폰4S에 처음 선보인 인공지능(AI) 음성비서 서비스 ‘시리’를 대폭 개선해 스마트폰의 AI 기술을 선도하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된 데다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 등을 중심으로 한 안드로이드폰 세력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어 애플 아이폰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새로운 스마트폰 출시에 더 큰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보도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