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폐막한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7’은 현기증 나는 ‘4차 산업혁명’의 현장이었다.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로봇 기술이 산업 간 경계를 허무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혁명적 변화들이 다가올 미래가 아니라 눈앞의 현실이라는 점도 일깨웠다. 가전이 아니라 자율주행차가 전시회의 당당한 주역이 됐다.

50번째인 올해 CES가 중국 독무대였다는 점은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3800여 참가사의 3분의 1인 1300개가 중국 기업이어서만은 아니다. 중국 업체들은 ‘혁신’이라는 ‘CES 2017’의 주제에 가장 충실했다. ‘중국 굴기’의 현주소라 할 만큼 AI IoT 가상현실(VR) 빅데이터 등 미래기술에서 주인공 대접을 받았다. 드론 전시장을 점령했고, 중저가에 주력해온 스마트폰에서도 프리미엄급 승부를 예고했다. 화웨이 TCL 하이얼 창훙 하이센스 등의 미디어설명회와 부스는 각국 기자와 관람객으로 붐볐다. 덩샤오핑의 ‘개혁 개방’ 이후 30년간 모방과 추격에 주력해 온 중국 기업들은 이제 혁신을 리드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했다. 관중도 중국인 인해전술이었다.

미국 등 기존 IT 선진국도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선진국은 패션·여행·레저업체마저 가세해 IoT와 접목한 다양한 시도로 주목받았다. CES의 또 다른 주역이 된 스타트업들의 국적 역시 미국과 프랑스가 압도적이었다. 미국 실리콘밸리는 인재와 창의가 넘치는 4차 산업혁명의 허브임을 과시했다. ‘세계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한국은 지난 10여년 CES의 주역이었다. 2년 전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IoT 시대의 도래’를 선언하는 기념비적 기조연설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벌써 중심에서 밀리는 인상이다. ‘대박 상품’의 출현을 가로막고 있는 거미줄 같은 규제 때문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벤처에서 대기업으로 연결되는 창업과 M&A의 메커니즘도 한국에서는 정치가 모조리 끊어놓고 있다. 창의성은 자유를 먹고 사는데, 온 사회가 반자유주의적 경제민주화 슬로건을 휘날린다. 정말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