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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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나 손녀에게 직접 상속하겠다는 자산가가 늘고 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지난해 7월 발표한 ‘2016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손자녀에게 상속이나 증여를 하겠다고 대답한 비율이 전년 대비 10.6%포인트 증가한 26.1%에 달했다.

작년 자산가들 사이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렸다는 증여신탁 상품은 이 같은 트렌드를 방증한다. 증여신탁 상품은 증권사와 은행 등을 중심으로 2016년 11월 기준으로 4500억원이 넘게 팔렸다. 현행법상 증여신탁을 활용하면 과세 대상에 연 10% 할인율을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황재규 신한은행 미래설계센터 세무팀장은 “과거 종신보험 등 비과세 보험상품을 상속이나 증여에 많이 활용했는데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에 연 6.5% 할인율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최근 할인율이 연 3.5%로 축소되다 보니 여전히 연 10% 할인율을 제공하는 증여신탁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손자녀 상속은 유류분(遺留分: 상속인에게 보장된 최소한의 상속 지분)으로 꼬일 수 있는 매듭을 풀어주기도 한다. 손자녀가 상속·증여를 받을 당시 공동상속인 지위에 있느냐에 따라 상속재산이나 유류분 계산은 전혀 다른 결과를 불러온다. 조부모가 상속재산을 물려주는 피상속인이고 그의 배우자와 자녀들이 있다면 별도로 유언을 통해 손자녀를 상속인으로 지정하지 않는 한 손자녀는 공동상속인의 지위에 있지 않다.

또 현행 세법에서는 상속세를 계산할 때 10년 전 자녀에게 물려준 재산까지도 포함하는데 손자녀에게 물려준 재산은 상속일 5년 이내에 준 재산만 상속재산에 합산된다. 고령의 조부모가 절세 측면에서 손자녀 상속을 고민하는 배경이다. 손자녀 상속은 유류분이라는 매듭의 유일한 틈새이기도 하다.

한용섭 한경머니 기자 poem197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