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은행산업에서는 경제성장률 하락과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등 악재 속에서 낮은 수익성을 극복하기 위한 활발한 시도가 나타날 전망이다. 핀테크(금융+기술)가 확산되면서 금융 플랫폼 지배력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7 금융 대도약] "저성장 시대 활로 찾자"…모바일 플랫폼 주도권 경쟁 뜨겁다
대부분 연구기관은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경제성장률이 2%대에 그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 금리 인상을 서두르는 등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수익 다변화 시도 활발

지난해 국내 은행권은 산업은행 농협은행 등 특수은행의 실적이 저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은행의 대손비용이 줄어들면서 전년과 비슷한 실적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은행의 자산이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수익의 절대 규모는 증가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총자산은 2353조2785억원으로 전년 말(2179조9458억원)에 비해 7.9%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과 중소기업대출 증가가 은행의 자산 성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수익성 측면에서 보면 지난해 3분기까지 국내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1.54%로 2015년 1.58%에 비해 0.04%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21%(연환산 기준), 자기자본순이익률(ROE) 2.9%에 불과해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상업은행들은 2015년 ROA 1.04%, ROE 9.26%를 기록했다.

반면 은행들의 리스크는 커지고 있다. 가계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비율(2016년 1분기 기준)은 145.6%로 전년 동기 대비 9.4%포인트 증가하는 등 금리 인상 시 가계부채 부실화 위험은 높아지고 있다.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차입금 이자도 못 내는 한계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리스크를 극복하고 은행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대체 수익원 확보가 중요하다. 수수료 이익을 늘리는 것은 물론 부동산 프로젝트금융과 기업투자금융 등 비이자 수익원을 발굴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2017년 은행산업 전망과 과제’를 통해 “자산관리서비스 확대를 위해 로보어드바이저(인공지능 투자자문)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고 조직과 인력을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며 “해외에서도 영업망 확대 일변도 전략에서 벗어나 경쟁 우위를 명확히 하고 적극적인 현지화를 추진하는 등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바일·인터넷 플랫폼 전쟁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으로 금융 패러다임 변화가 가속화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정보기술(IT) 기업이 주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혁신적인 사용자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워 고객 호응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K뱅크는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로부터 본인가를 받고 오는 2월부터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카카오가 지분 10%를 보유한 카카오뱅크도 올 상반기 영업을 개시할 계획이다. 국회가 KT나 카카오 등 산업 자본이 은행 지분을 4% 이상(의결권 없는 주식을 포함하면 최대 10%) 보유할 수 없게 하는 은행-산업 분리 제한을 완화시키면 금융권의 판도 변화는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사가 아니라 정보기술(IT) 기업이 은행업에 자유롭게 진출해 이자율, 대출 한도에 묶이지 않고 소비자 감성을 자극하고 수요를 이끌어내는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귀철 신한미래전략연구소 책임연구원은 ‘2017년 은행업 전망 및 주요 이슈’ 보고서를 통해 “은행들은 고객과 접점에서의 활동뿐 아니라 상품·서비스 개발, 고객 분석 등 지원업무 영역에서도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활용해 잠재된 수요를 파악하는 등 고객을 분석하는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