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정년을 65세로 늘리는 방안이 추진된다고 한다. 정년 60세가 의무화돼 올해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시행됐고 새해에 중소·벤처기업을 포함한 전 사업장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또 정년을 5년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엊그제 열린 국가노후준비위원회에서 확정한 ‘제1차 노후준비 지원 5개년(2016~2020년) 계획’의 핵심과제로 포함된 것인데 이는 한참 잘못된 방향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게 정부와 이 위원회의 설명이다. 현재 61세인 국민연금 수령개시 연령이 단계적으로 늦춰져 2033년 65세가 되는데 정년이 60세로 묶여 있으면 빙하의 틈과 같은 ‘소득 크레바스’가 깊어져 은퇴자들의 생활이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정년까지 다 마친 근로자들의 생애를 나라가 책임지겠다는 것 자체가 황당한 발상이다. 그리고 도대체 정년 연장에 따른 인건비는 누구 돈으로 주겠다는 말인가. 결국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데 60세 정년 의무화로 부담을 한껏 지워놓고 곧바로 65세 정년 법제화를 추진한다니 정치권의 싸구려 선심 공약을 능가하는 싸구려 대책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이런 ‘어버이국가’요 ‘복지국가’이자 ‘경제민주화’ 모델이 관료들과 전문가라는 위원회의 머리에서 입안될 수 있는지 의아한 지경이다.

이미 정년 60세 의무화가 여러가지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는 현실이다. 원래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임금피크제를 전제로 한 정년 60세’가 법제화 과정에서 왜곡된 게 문제다. 정년연장은 의무화됐지만 임금피크제 도입은 노사합의 사항이 되면서 기업 부담만 가중됐다. 가장 심각한 것은 청년들의 고용시장 신규진입까지 원천봉쇄되면서 세대 간 갈등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노동계 일각에서는 현재 65세인 정년을 2029년까지 67세로 연장하겠다는 독일 등의 예를 들고 있지만 노동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선진국에서 선택한 정책이 일자리가 부족한 우리 현실에는 전혀 맞지 않는다.

정년 문제를 포함해 노사 간의 문제는 해당 회사의 노사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개별 계약관계를 존중해주면 그만이다. 60세 정년연장의 문제도 ‘취업규칙 가이드라인’ 정도면 충분했다. 필요한 기업은 도입하고 사정이 안 좋은 기업은 늦출 수 있어야 했다. 정말로 근로자들의 소득을 늘려주려면 법정 정년을 폐지해 원하는 사람은 언제라도 일할 수 있도록 고용시장을 유연화하는 것이 정공법이다. 미국과 영국에는 정년이 없고 일본도 현재 65세인 정년을 폐지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국가가 모든 것을 정하겠다고 나서면 결국 시장은 왜곡되고 만다. 특히 한쪽의 권리를 뺏어 다른 쪽을 도와주는 ‘약탈의 법제화’는 최악의 선택이다. 국민의 노후를 생각한다면 정년을 철폐해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어째 하는 일이라고는 모조리 거꾸로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