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View & Point] 다이슨과 애플의 공통점은?
세상에 단번에 만들어지는 창조는 없다. 제 아무리 재주꾼이라 해도 첫술에 배부른 경우는 매우 드물다.

세계적인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무기여 잘있거라’의 결말을 서른 아홉 번이나 고쳐 쓴 뒤 책으로 출간했다. 영화감독 알프레드 히치콕은 ‘싸이코’의 샤워 신을 일흔 여덟 번이나 재촬영을 거듭한 끝에 충격적인 분위기를 생생하게 살릴 수 있었다. ‘악성’이라 존경받는 베토벤도 교향곡을 쓰는 과정에서 지우고 고친 흔적을 악보에 수도 없이 남겼다.

[Global View & Point] 다이슨과 애플의 공통점은?
비즈니스 상황에서 창조와 혁신을 이루는 일도 마찬가지다. 대량생산 시대의 비즈니스 리더들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정해진 방식을 지키면서 실수나 실패를 최소화하도록 회사를 관리했다.

발명가 제임스 다이슨(James Dyson)은 먼지봉투가 꽉 차면서 흡입력을 잃는 진공청소기 때문에 짜증이 났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까 고민하며 차를 몰던 중 ‘원심분리’ 방식으로 먼지를 없애는 공장 옆을 지나게 됐다. 집진기라 불리는 원심분리기 장치가 공기를 회오리처럼 빨아들여서 먼지와 티끌 같은 이물질이 아래로 떨어지게 하는 원리였다. 이 순간 다이슨은 필터를 통해 먼지와 공기를 빨아들이는 대신 집진기를 사용해 진공청소기를 개발하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집진기를 이용한 먼지 추출의 장점은 분명하다. 막힐 필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흡입력을 떨어뜨릴 요인이 생기지 않는다. 다이슨은 판지와 분해한 진공청소기를 이용해서 머릿속에 떠올린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를 만들었지만 실패했다.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시도도 성공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수많은 문제에 부딪혔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집진기를 만들어야 했고 그 집진기는 약 100만분의 1m 크기의 먼지 입자를 흡입해야 했다. 더불어 가정용 및 대량 생산에 적합해야 했다. 집진기 기반 진공청소기가 완성되기까지 5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고, 다이슨은 5126개의 시제품을 만들었다. 5127번째 시제품을 제작하고 나서야 상용화에 성공했고, 이 청소기는 다이슨에 50억달러가 넘는 부를 안겨줬다.

[Global View & Point] 다이슨과 애플의 공통점은?
애플은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해 올해 6월까지 세계 시장에서 10억대 넘는 판매 실적을 올렸다. 애플이 휴대폰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소문은 누구나 들어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전화기를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애플은 휴대폰업계에 큰 위협 대상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받았다.

하지만 애플이 새롭게 만들려 한 스마트폰은 단순한 전화기가 아니었다. 전화를 거는 기능을 갖춘 컴퓨터였다. 애플은 기존의 휴대폰이 고정된 키보드 때문에 화면이 작아 불편한 것을 개선하려 포인터로 찍으면 키보드가 생기는 시제품을 만들었다. 그러자 스마트폰을 쓰기 위해 마우스 같은 포인터를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생겼다. 이것을 개선하기 위해 스타일러스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바꿔보았지만 이도 스타일러스를 분실할 경우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수많은 실패와 개선 끝에 마침내 터치로 키보드가 생겨나는 아이폰을 개발했다.

다이슨과 애플은 문제를 발견하면 한 번에 완전하게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즉시 무엇이든 만들어 보고 개선점을 찾는 작업을 반복했다. 그들은 “만들고 부수고 다시 만드는 시행착오 과정은 혁신의 필수”라고 강조했다.

창조자는 실패를 다르게 정의한다. 창조란 모퉁이를 돌 때마다 나타나는 엉뚱한 방향이고 길의 끝이 보일 때 다시 막다른 골목이 나타나는 기나긴 여정이다. 창조의 성공 여부는 우리가 얼마나 창조적 재능을 타고 났느냐가 아니라 창조의 역경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혜숙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