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설계] 노후 걱정 별로 안하는 당신…'착각 점수' 높을 수록 위험
“당신의 노후 준비 상황은 어떻습니까?”

인생 100세 시대를 맞아 노후 준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여전히 ‘노후를 위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사람이 절반(55.4%, 2015년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을 넘는 실정이다. ‘잘 준비돼 있다’는 사람은 8.8%에 불과하고, ‘보통이다’가 35.8%를 차지한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노후 준비에 소홀한 데는 심리적 편향(bias)이 한몫한다. 프레이밍 효과, 동조효과, 통제착각 등이 은퇴 준비와 관련된 대표적인 심리적 편향이다.

◆프레이밍 효과

[재무설계] 노후 걱정 별로 안하는 당신…'착각 점수' 높을 수록 위험
동일한 메시지도 표현하는 방법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진다. 은퇴 준비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충분한 은퇴 준비, 행복한 노후로 가는 지름길’과 ‘부족한 은퇴 준비, 불행한 노후로 가는 지름길’ 등으로 다르게 표현할 수 있다. 전자는 은퇴 준비를 잘해서 행복한 노후생활을 보내자는 긍정적 프레임에 해당한다. 이와 달리 후자는 같은 메시지를 부정적 틀에 담고 있다.

한 연구(나혜림, 2015년 서울대 박사학위논문)에 따르면 은퇴 준비 중요성에 대한 부정적 프레임은 은퇴 준비 중요성에 아직 공감하지 못한 사람들(A)에게 효과가 있고, 긍정적 프레임은 은퇴 준비가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실제로 준비를 시작하려는 사람들(B)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자신이 A에 속한다면 은퇴 준비가 부족해 겪을 어려움을 떠올려보고, B에 해당한다면 충실한 은퇴 준비를 통해 누릴 풍요로운 노후를 상상해보는 게 좋다.

◆동조효과

남과의 비교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많지 않다. 나보다 나은 사람을 부러워하고 나만 못한 사람을 보면 내 상황에 감사해하는 게 우리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보고 따라 하려는 심리가 동조효과다. 은퇴 준비에서도 동조효과는 유효하다. 앞의 연구에서 ‘연령 및 소득이 비슷한 집단이 은퇴 준비를 잘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받은 사람들의 은퇴 준비 의도가 강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달리 주변 사람들이 대체로 은퇴 준비에 소홀한 상황이라면 스스로 동조효과를 경계해야 한다. 바람직하지 않다면 무턱대고 따라 하거나 핑곗거리로 삼아선 곤란하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적색신호등이 켜진 횡단보도에서 한 사람이 무단횡단을 하면 눈치를 살피던 사람들이 뒤따라 신호를 무시하는 것도 동조효과 때문이다.

◆통제착각

급속한 고령화로 은퇴 준비가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그 가운데 일부만이 연금에 가입하는 등 구체적인 준비를 시작한다. 공감은 하지만 행동에는 소극적인 것이다. 이들은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첫 번째 유형은 ‘당장 먹고 살기도 빠듯한데 은퇴 준비를 할 여유가 있느냐’는 현실호소형이다. 이런 하소연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그렇다고 어려운 현실을 탓하며 은퇴 준비를 도외시해선 안 된다. 가계 재무상태를 진단하고 소액이라도 은퇴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두 번째 유형은 통제착각과 관련된다. 통제착각은 같은 사건이라면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더 잘 통제하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 편향을 의미한다. 스스로 능력이 평균에 비해 뛰어나다고 느끼는 것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많은 운전자가 자신의 운전실력을 평균보다 높게 평가한다. 금융회사에 목돈을 맡기고 매달 연금을 받는 일시납 연금을 활용하기보다는 스스로 목돈을 굴리면서 연금처럼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게 더 낫다고 믿는 사람들도 통제착각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있다.
[재무설계] 노후 걱정 별로 안하는 당신…'착각 점수' 높을 수록 위험
이런 통제착각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학자들은 ‘앞으로 자신에게 닥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이 실제로 일어날 확률을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에 비해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예를 들어 △좋은 친구를 얻는다 △술이나 마약에 중독된다 △소중한 물건을 잃어버린다 △로또나 복권에 당첨된다 등이다. 20가지 상황에 대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정도를 생각해 점수(‘전혀 통제하지 못한다’ 1점~‘매우 잘 통제한다’ 7점)를 매겨 보고 이 점수들의 평균을 구하는 식이다.

30~50대 임금근로자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가지 상황의 평균 점수가 4.3점으로 나타났다. 만약 자신의 평균 점수가 4.3점보다 낮으면 통제착각 수준이 낮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4.3점보다 높으면 통제착각 수준이 높은 것이다. 통제착각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은퇴 준비 필요성을 덜 인식하고, 은퇴 준비 목표 설정에 소극적이며, 은퇴 준비를 실행하려는 생각이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준비는 여느 의사결정과 달리 장기적인 계획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만큼 심리적 편향에 취약하다. 자신이 어떤 심리적 편향을 갖고 있는지를 점검해 은퇴 준비를 차질없이 수행해보자.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