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회의실에서 열린 전국 검사장회의 모습. 한경DB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회의실에서 열린 전국 검사장회의 모습. 한경DB
“일선 청의 부부장들과 지방 근무 중인 사람들이 제일 서운하겠죠.”

한 지방검찰청에서 근무하는 차장검사의 말이다. 최순실 씨(60·구속기소) 국정개입 의혹과 박근혜 대통령 관련 의혹 여파로 내년 초로 예상된 검찰 인사가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검찰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검찰청법 34조엔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 보직을 제청한다’고 돼 있다. 검찰 인사의 세 축인 청와대와 법무부, 대검찰청 중 대검을 제외한 두 곳의 수장 자리가 공석인 상황이다.

“이 시국에 무슨 인사냐. 우리 인사보다 나랏일이 중요하다”며 짐짓 아무렇지도 않다는 검사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많은 검사는 “가장 아쉬워하는 사람들은 일선 청의 부부장 검사들일 것”이라고 말한다. 부장검사가 돼 결재권도 갖고, 수사에서 한 발 물러선 관리자가 될 희망을 키워왔는데 당분간 접어야하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지방검찰청 검사도 마찬가지다. 서울중앙지검·서울남부지검 등 주요 검찰청으로 올라갈 일을 기다리며 밤샘근무와 주말부부 생활을 이겨내 왔지만 최소한 내년 상반기 이후까지는 검찰 인사가 미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사장 승진 대상자 등 고위직들도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다. 출신 지역과 학교 등의 배분이 고려되는 고위직 인사에선 시기가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내년 고위직 인사가 정권이 바뀐 뒤 단행될지, 현상 유지 상태에서 진행될지도 미지수”라며 “이에 따라 호남과 영남, 출신 학교와 관련해서도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최근 검찰 고위직 승진 속도가 다소 빠른 감이 있어 잠시 늦추는 것도 나쁘지 않은 측면이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이번 검사장 승진 주력 기수는 사법연수원 23기다. 이 중 이헌상 수원지검 1차장, 구본선 광주지검 차장, 조상철 서울남부지검 1차장 등이 검사장 승진 대상으로 꼽힌다.

지난해 검사장 인사에선 21기 중 4명, 22기 중 7명이 승진했다. 이 차장은 대검 형사1과장과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장, 대검 과학수사기획관을 지냈다. 구 차장은 대검 정책기획과장, 대검 대변인 등으로 일했고 조 차장은 법무부 형사기획과장, 법무부 대변인, 대검 공안기획관을 거쳤다. 박영수 특검팀 수사팀장으로 파견된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도 연수원 23기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