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의 종언] 옐런 '긴축' 신호탄…금리인상 속도는 트럼프 경기부양책에 달렸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당선 이후 처음 열린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됐다. 1년 전 금리 인상 때와 달리 본격적인 출구전략의 시작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시장의 관심은 앞으로 금리 인상 속도가 느린 ‘소프트 출구전략’인지, 아니면 속도가 빠른 ‘하드 출구전략’인지에 쏠리고 있다.

FOMC의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읽을 수 있는 점도표는 내년에 세 차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암시했다. 소프트 출구전략과 하드 출구전략이라는 두 시나리오의 중간 단계로 예상했다. 다만 통화정책의 양대 책무를 물가 안정과 고용 창출에 두고 있는 만큼 Fed가 어느 시나리오로 갈 것인가는 물가와 고용지표에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년부터 물가와 고용지표는 Fed보다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정책 우선순위가 ‘금융 완화’에서 ‘재정정책’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번 FOMC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재닛 옐런 Fed 의장이 2014년 2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재정정책의 불확실성과 영향을 언급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초저금리 시대의 종언] 옐런 '긴축' 신호탄…금리인상 속도는 트럼프 경기부양책에 달렸다
예일 거시경제 패러다임에 근거를 둔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버냉키-옐런 통화정책 방식대로 출구전략을 추진한다면 ‘소프트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앞으로 Fed가 통화정책을 추진할 때 행정부의 재정정책을 감안한다면 의외의 변수가 많아진다는 의미다. 가장 큰 변수는 Fed의 기준금리보다 시장금리가 빠르게 올라가는 ‘옐런 수수께끼’ 현상이다. 옐런은 이를 우려해왔다.

< 단호한 옐런 >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DCEPA연합뉴스
< 단호한 옐런 >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DCEPA연합뉴스
내년 1월20일 출범하는 트럼프 정부는 미국 재건을 위해 재정지출 측면에서 ‘트럼프판 뉴딜 정책’, 재정수입 면에서는 ‘레이거노믹스’를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재정지출과 감세를 동시에 추진한다면 재정적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시장의 예상대로 국채 발행 자금으로 재정적자를 메운다면 국채금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고, Fed가 금리체계를 유지하려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 트럼프 경제팀이 재정적자를 민간자본 참여 등으로 보충해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것을 방지할 것이라고 밝혀온 배경이다.

Fed의 의지와 상관없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려야 한다면 가장 당혹스러운 주체는 옐런 의장을 비롯한 각국의 중앙은행 총재가 될 것이다. 경기 등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는데도 기준금리를 빨리 올리는 것은 성급한 출구전략과 동일한 의미를 지닌다. 자칫 중앙은행 총재의 치욕이라는 ‘에클스의 실수(Eccles’s failure)’를 다시 저지를 수 있다.

신흥국의 탠트럼(발작) 부담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금융위기 이후 국제 간 자금흐름은 캐리 트레이드 성격이 짙다. 이론적 근거는 환율을 감안한 어빙 피셔의 국제 간 ‘자금이동설(m=rd-(re+e), m: 자금유입 규모, rd: 투자대상국 수익률, re: 차입국 금리, e: 환율변동분)’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미국 금리가 오르면 신흥국은 자국의 여건과 관계없이 금리를 올려야 금융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도 대변화가 예상된다. 각국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일제히 올라가고 있다. 미국 국책 모기지기관인 프레디맥이 발표한 30년 만기 모기지론 금리는 연 4.1%대로 트럼프 당선 직전보다 60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의 주택담보 대출금리도 50bp 이상 올랐다. 다른 국가들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화 가치 상승은 트럼프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금리 인상 후 과도기에 해당하는 내년 상반기(이르면 1분기)까지는 달러가 강세를 띨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경우다. 트럼프 정부의 목표인 ‘손상된 국익 회복’과 ‘보호무역주의 강화’, 그리고 ‘경기 회복’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옐런 의장도 이 점을 가장 우려했다.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 대외적으로는 한국 등과 같은 대(對)미 흑자국에 종전보다 통상과 통화절상 압력을 더 높여 나갈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제적인 대책이 필요한 때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