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늘 일본을 방문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두 차례 정상회담을 한다. 푸틴의 일본 방문은 2005년 이후 11년 만이다. 회담 첫 일정은 아베 총리의 고향인 야마구치(山口)현의 온천 여관에서 열린다. 벌거벗고 마주앉는 ‘온천 외교’를 통해 서로의 흉금을 털어놓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회담 전 분위기는 이상하리만치 팽팽하다. 푸틴 대통령은 일본 방문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일본인들이 희망하는)쿠릴 4개섬 반환은 없다”고 잘라 말하며 경제협력이 이번 회담의 의제라고 했다. 지난 9월 G20 회의에서 국경문제와 경제협력의 연계가 가능하다는 태도를 보인 것과 완연하게 달라졌다. 양국 정상이 공동성명을 발표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일본 측은 여전히 핵심 의제로 쿠릴 4개섬 반환 문제를 내세우고 있다. 일본에선 러시아가 경제협력의 단물만 빨아먹고 ‘먹튀’를 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극동지역 경제에서 일본의 비중은 이미 몰라보게 커진 상태다. 2014년 극동러시아 무역액 390억달러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102억달러다. 러시아 극동 지역의 가장 큰 파트너다. 특히 사할린 지역 수출품의 90% 이상이 일본으로 수출되고, 연해주 수입품의 92%가 일본 제품이다. 러시아 경제는 지난 수년간 유가하락 충격으로 최악의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극동 시베리아 지역은 인구마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푸틴은 이 지역의 최대 무역국인 일본에 경제협력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러시아와 손잡고 극동 시베리아 지역을 개발키로 먼저 약속한 파트너는 한국이었다. 김대중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까지 줄곧 극동 개발을 외쳐왔다. 하지만 한국은 서서히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그 사이 일본은 발 빠르게 극동 지역에 진출해 교두보를 확보한 모습이다. 아베가 북방 4개 영토 반환을 당당히 요구하고 있는 것은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트럼프의 등장은 러시아를 다시 국제무대로 불러내고 있다. 한국 외교의 구멍이 뻥뻥 뚫리는 것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