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예술은 가장 그늘진 현실을 비춘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한 사람이 시인이자 음악가, 철학자, 정치가였다. 관객은 시와 음악을 들으며 역사와 정치를 함께 논했다. 예술이 분야별로 전문화되고 상업화되면서 예술이 지닌 사회적 의미도 퇴색됐다.

과거 예술은 ‘약자에 대한 위로’였다. 수많은 문학, 연극, 오페라, 미술의 주인공은 대부분 약자였다. 오페라 ‘나비부인’의 초초상은 게이샤로 나선 소녀 가장,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는 고급 매춘부, ‘카르멘’의 여주인공은 담배 공장 여공이었다.

정신과 의사이자 오페라 평론가인 박종호 풍월당 대표는 《예술은 언제 슬퍼하는가》에서 “예술은 고급스러운 취미를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 자신의 허영을 충족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며 예술의 진정한 의미를 탐색한다. 예술가들은 사회가 지닌 편견과 무지, 인간의 탐욕, 위선적인 체제, 종교와 권력의 이기주의에 희생된 사람들의 삶을 그려내곤 했다. 예술의 역할은 우리가 보지 못했던 현실을 조명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박종호 지음, 민음사, 288쪽, 1만6000원)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