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아끼자"…퇴직연금도 ETF시대
상장지수펀드(ETF)를 DC형(확정기여형) 퇴직연금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퇴직연금 계좌에 ETF를 편입할 수 있는 금융회사가 미래에셋대우 한 곳에서 하반기부터 신한금융투자와 삼성증권으로 확대되면서다. 관련 수수료가 일반 펀드의 3분의 1에 불과해 인기를 얻고 있다는 후문이다. 연금상품은 10년 이상 투자하는 장기상품이다. 수수료 차이가 누적되면 은퇴 시점 수익률이 10% 넘게 벌어질 수 있다.
"수수료 아끼자"…퇴직연금도 ETF시대
연금시장에도 ETF 바람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7월부터 퇴직연금에 ETF를 담을 수 있도록 연금상품 관리 시스템을 정비했다. 편입 가능한 상품은 국내외 주식에 투자하는 ETF 87종이다. 합성 장외 스와프 거래 등을 활용한 합성 ETF를 퇴직연금에 편입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이 정비된 지난 9월부터는 신흥국 증시에 투자하는 ETF에도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신한금융투자 퇴직연금 계좌를 통해 사들일 수 있는 합성 ETF는 ‘KODEF 인디아’, ‘KINDEX 베트남VN30’ 등 14종이다.

삼성증권도 올 9월부터 연금계좌를 통한 ETF 매매를 허용했다. ‘KODEX200’을 비롯한 국내외 ETF 15종을 퇴직연금 계좌에 편입할 수 있다. 가장 먼저 퇴직연금에 ETF를 담을 수 있도록 허용한 미래에셋대우와 거래하는 투자자들은 선택지가 100개 이상이다. 파생상품을 활용한 레버리지(지수의 두 배를 추종)와 인버스(지수를 역방향으로 추종) 상품을 제외한 대부분 ETF를 퇴직연금에 담을 수 있다.

NH투자증권이나 미래에셋증권은 연금상품 관리 시스템을 교체, 내년 2월부터 ETF 투자를 허용할 방침이다. 한국투자증권은 ETF로 문호를 넓히는 시기를 2018년 초로 잡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대신증권 등은 ETF를 허용할지를 놓고 내부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늑장 부리는 증권사들

정부가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ETF 거래를 허용한 시점은 지난해 하반기다. 규제가 풀린 지 1년이 넘었다. 시스템을 바꾸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늑장 대응’이란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업계에선 증권사들이 ETF 도입에 소극적인 까닭을 ‘돈이 되지 않기 때문’으로 설명한다. 일반 펀드를 팔면 매년 투자금의 0.3~0.6% 정도를 판매수수료로 받을 수 있지만 ETF엔 수수료를 물릴 수 없다. 기존 펀드 고객이 ETF로 갈아타면 증권사 수익이 줄어들게 된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고객 요구가 없는데 증권사 창구 직원이 먼저 ETF를 권하는 일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뒤늦게 일부 증권사가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ETF 매매를 허용한 것은 올 들어 기존 연금펀드들의 수익률이 일제히 급락했기 때문이란 얘기도 나온다. 투자자들의 원성 때문에라도 ETF를 배제하기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올 들어 국내 주식형펀드의 80% 이상이 비슷한 자산에 투자하는 ETF보다 못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매년 12월은 연금 가입자들의 추가 납입이 집중되는 시기다. 한 해가 끝나기 전에 700만원을 추가 납입해야 연말정산을 통해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어서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돌려받을 수 있는 세금은 연봉 5500만원이 넘는 경우 92만4000원, 넘지 못하면 115만5000원이다.

■ DC형 퇴직연금

확정기여형·defined contribution. 2005년 12월 도입된 퇴직연금제도의 한 유형. 회사가 지급하는 퇴직금을 근로자가 직접 운용·관리해 수익에 책임지는 방식으로 회사가 적립금을 운용하고 근로자는 사전에 정해진 퇴직금을 지급받는 DB형(확정급여형·defined benefit)과 구별된다.

■ IRP

개인형 퇴직연금·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이직하거나 퇴직할 때 받은 퇴직급여를 근로자 본인 명의 퇴직계좌에 넣어 노후자금으로 활용하도록 한 제도. 2012년 7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됐다. 개인연금저축(연 400만원 한도)과 합쳐 총 700만원 한도에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송형석/안상미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