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스토리텔링을 넘어 스토리두잉으로
브랜드와 상품에 이야기를 만들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은 기업 마케팅에서 중요한 전략 중 하나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통해 기업은 “우리 제품이 최고다”와 같은 1차원적인 메시지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인지시키고 브랜드와 제품의 특징을 정확하게 이야기한다. 최근에는 스토리텔링을 넘어 브랜드 스토리를 직접 실천하는 스토리두잉(storydoing) 마케팅이 주목받고 있다.

스토리두잉 마케팅은 글로벌 마케팅 회사 코:컬렉티브(Co:collective) 창립자인 타이 몬태규가 창안한 개념이다. 스토리텔링이 광고, 커뮤니케이션 활동 등을 통해 브랜드에 숨겨진 스토리를 전달해 브랜드를 인지시킨다면, 스토리두잉은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를 스토리로 만들고 기업 활동을 통해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의미한다. 브랜드 스토리 실행 과정에서 소비자가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한마디로 브랜드 스토리를 소비자가 직접 느끼고 함께 실현하는 과정을 통해 브랜드 호감도를 높이는 마케팅 기법이다.

스토리두잉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레드불은 광고로 열정과 도전정신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익스트림 스포츠 행사 등을 통해 ‘불가능에 대한 도전’을 소비자가 직접 실천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성층권에서 최장 자유낙하에 도전한 ‘레드불 스트라토스 2012’ 프로젝트는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런 스토리두잉을 통해 레드불은 에너지 드링크 이상의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 피자헛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5월 세계 100개국 사업 진출을 기념해 피자헛은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정상에 피자를 배달하는 이벤트로 기네스 기록에 도전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뜻한 피자를 배달한다는 브랜드 가치를 보여준 사례다.

최근 국내에서도 스토리두잉 마케팅을 실행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성공적인 스토리두잉을 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브랜드 스토리를 발굴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기업의 본질과 어울리지 않는 스토리텔링과 스토리두잉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와 교감할 수 있는 기업과 브랜드의 가치를 먼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티븐 리 < 한국피자헛 대표 phkceo@yu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