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에는 CPU보다 GPU가 대세"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선 방대한 영상 및 음성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칩이 필수다. 글로벌 ‘AI칩’ 주도권 경쟁이 치열한 이유다. 세계 1위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인 엔비디아도 AI 컴퓨팅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1999년 세계 최초로 GPU를 선보인 엔비디아는 그래픽카드 칩셋에 머물지 않고 고성능 컴퓨터용 GPU 액셀러레이터(가속기) ‘테슬라’까지 생산하고 있다. 슈퍼컴퓨터에 들어가는 GPU 판매가 늘어나면서 엔비디아는 지난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54% 늘어난 2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용덕 엔비디아코리아 지사장(사진)은 7일 기자와 만나 “GPU는 병렬 컴퓨팅을 이용해 중앙처리장치(CPU)보다 월등하게 빠른 연산 처리 속도를 보여준다”며 “상위 500위 슈퍼컴퓨터 시스템의 60% 이상이 엔비디아의 병렬 컴퓨팅 가속기를 탑재했다”고 말했다.

올 3월 이세돌 9단과 바둑 대결을 펼친 구글의 AI 프로그램 ‘알파고’, 테슬라 전기차에도 GPU가 들어갔다. 과거 슈퍼컴퓨터를 개발할 때 CPU만 사용했지만 갈수록 GPU 탑재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구글은 알파고 시스템을 개발하며 1920개의 CPU와 280개의 GPU를 사용했다.

이 지사장은 “2년마다 새로운 아키텍처를 내놓으며 끊임없이 혁신한 게 성공 비결”이라고 했다. 아키텍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체의 설계방식으로 컴퓨터 시스템 성능을 좌우한다. 엔비디아는 올해 파스칼 아키텍처를 발표했고 2018년에 ‘볼타’를 선보일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구글이 개발한 머신러닝(기계학습) 엔진 ‘텐서플로’를 놓고 CPU 제조업체인 인텔과 맞붙는다. 구글은 지난해 11월 엔비디아의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개발한 텐서플로를 오픈소스로 공개한 데 이어 내년 초 인텔의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새로운 텐서플로를 내놓을 예정이다. 엔비디아와 인텔 아키텍처의 성능을 비교해보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