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가뭄 탓…커피 원두값 '고공행진'
인스턴트커피에 주로 사용되는 로부스타 원두의 2대 산지인 브라질을 덮친 가뭄으로 원두 생산량이 뚝 떨어지면서 커피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년간 이어진 가뭄으로 브라질 로부스타 원두 생산량이 감소했다”며 “커피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농가 소득의 감소를 막지 못하고 있다”고 6일 보도했다.

가뭄이 극심한 곳은 브라질 남동부 해안 이스피리투산투 지역이다. 브라질에서 생산하는 로부스타 원두의 4분의 3이 이 지역에서 재배된다. 그러나 3년간 지속된 가뭄으로 로부스타 생산량이 급감하고 있다. 2015년 7월~2016년 6월 수확기에 브라질의 로부스타 생산량은 1년 전보다 24% 감소한 990만자루(1자루=60㎏)에 그쳤다.

커피 원두는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로 나뉜다. 쓴맛이 나는 로부스타는 보통 인스턴트커피에 사용되며 부드러운 맛의 아라비카는 원두커피에 쓰인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브라질은 세계 로부스타 원두 생산의 20%를 담당하고, 베트남에 이어 2대 산지다.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커피 가격도 뛰었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11월 거래된 로부스타 원두 가격은 최고 t당 2251달러까지 치솟아 4년래 최고치를 찍었다. 로부스타 가격이 아라비카 가격을 웃돌면서 커피 원두를 아라비카로 대체하려는 수요가 생겼고, 아라비카 가격도 동반 상승했다. 지난달 거래된 아라비카 원두 선물 가격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7% 올랐다.

가격 상승에도 브라질 커피 농가 소득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WSJ는 커피 생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농장들이 바나나, 망고, 후추 등 대체작물을 재배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스피리투산투의 한 농장주는 “그래도 돈이 되는 것은 커피”라고 호소했다.

WSJ는 지난달부터 이 지역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단기간에 로부스타 원두 생산량이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네덜란드 라보뱅크는 “내년에도 브라질의 로부스타 생산량이 회복될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