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질문
한때 사진필름업계 선두 주자이던 이스트만 코닥은 디지털사진 시장 진입 타이밍을 놓쳐 몰락의 길을 걷고 말았다. 반면 경쟁 업체인 후지필름은 필름 수요 감소에 대응해 디지털 분야로 일찌감치 방향타를 전환했다. 사진광학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을 활용해 평면디스플레이용 코팅제를 개발했고 프린터, 화장품 및 의약품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함으로써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후지필름의 환골탈태는 연구개발 강화, 새로운 사업 분야 진입, 인수합병(M&A)을 통한 과감한 영역 확장 등의 노력이 효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지만, 경영진이 구성원들의 의식 전환을 통해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위기 극복의 선두에 선 시게타카 고모리 후지필름 사장은 직원들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만약 도요타에 자동차가 없어진다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많은 직원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경영진은 다수 아이디어를 채택하면서 이에 화답했다. 좋은 질문이 경영 위기를 극복한 사례라 하겠다.

업종은 다르지만 조폐공사가 처한 상황도 코닥이나 후지 등 필름업계가 처했던 상황과 비슷하다. ‘현금 없는 사회’라는 말이 공공연히 회자되고, 스웨덴 덴마크 등 일부 나라는 실제로 현금 없는 사회에 한 발짝 다가서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신용카드와 각종 디지털 지불수단의 사용 증가로 현금 거래가 이전에 비해 크게 줄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2015년 결제 도구로서 현금 비율은 36%에 불과하다. 게다가 2020년에는 ‘동전 없는 사회’를 실현하겠다는 게 한은의 목표이기도 하다.

최근 공사가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에 주목하고 있는 것도 이런 현실 돌파구 모색의 일환이다. ‘분산형 원장’이라 할 수 있는 블록체인은 거래정보를 중앙의 중개 기관이 관리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모든 거래 주체가 거래정보를 동시에 기록하고 보유하도록 하는 소위 ‘신뢰기술’로 미래 지불수단의 대안적 모델이 될 수 있다. 필자는 요즘 과거 후지필름의 시게타카 사장이 한 질문을 똑같이 던져 본다. “만약 현금 없는 사회가 된다면 조폐공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김화동 < 조폐공사 사장 smart@komsc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