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케이블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이 6일 경남지역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하나방송을 225억원에 인수했다. 지난 7월 SK텔레콤과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된 뒤 이뤄진 공격적인 투자다. 유료방송업계에서는 인터넷TV(IPTV) 공세에 시달리는 케이블업계의 자율 구조조정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M&A 시동건 CJ헬로…'케이블 구조개편 신호탄'
◆전열 정비 끝내고 공격경영

CJ헬로비전이 인수한 하나방송은 가입자 9만여명, 연매출 77억원(작년 기준) 규모의 개별 SO다. 두 회사는 창원시 등 경남 일부 지역에서 사업 권역이 겹쳐 가입자 확보 경쟁을 벌였다. 이번 인수로 CJ헬로비전은 전국 23개 권역에서 24개 SO를 보유하게 됐다. 가입자는 409만명에서 418만명으로 늘어났다. 변동식 CJ헬로비전 대표는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기존 케이블방송사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며 “지역 기반의 케이블 혁신을 이끄는 강력한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CJ헬로비전은 2000년 양천방송 인수를 시작으로 2014년까지 매년(2008년, 2009년, 2012년 제외) 지역 SO를 잇달아 사들이며 덩치를 키웠다. 이번 하나방송 인수는 2014년 강원방송 인수 이후 2년 만이다. SK텔레콤과의 M&A 추진 과정에서 흐트러진 전열을 정비하고 다시 공격 경영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변 대표는 지난 10월 기자간담회에서 소프트플랫폼,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OTT) 등 케이블 기술혁신 내용을 담은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며 개별 SO 인수 의지를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그룹 도움 없이도 자체 투자나 차입으로 성장할 수 있을 정도의 독자 생존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경영진의 판단”이라며 “회사에 도움이 된다면 SO 추가 인수도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자율 구조조정 촉매되나

유료방송업계는 이번 인수를 계기로 케이블업계 내 자율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1위 사업자가 M&A에 적극 나선 만큼 복수유선방송사업자(MSO) 간 인수 경쟁이 불붙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케이블시장은 전국 78개 권역(90개 SO)으로 나뉘어 있다. CJ헬로비전, 티브로드, 딜라이브, CMB, 현대HCN 등 5개 MSO가 소유한 81개 SO를 제외하고 9개의 개별 SO가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개별 SO는 물론 MSO들도 통신사들이 2007년부터 선보인 IPTV와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통신사들이 모바일 결합상품을 앞세워 IPTV 가입자를 늘리고 있어서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케이블과 IPTV 간 공정경쟁을 위한 유료방송발전방안을 확정할 방침이지만 이 방안에 담을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케이블회사 간 자율 구조조정은 경영난을 겪는 일부 개별 SO에 탈출구를 마련해주고 업계 전체 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