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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이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소기업을 단순 하청업체로 여기기보다는 함께 성장을 도모해야 할 파트너로 인식해서다. 대기업에 제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생산성이 좋아지면 장기적으로 대기업의 경쟁력도 강해질 수 있다.

동반성장 활동은 4대 그룹을 중심으로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일시적인 자금 지원에 그치지 않고 기술개발, 교육, 재무, 판로 개척 등 경영 전반에 걸쳐 도움을 준다.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선순환적인 결과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동반성장을 생존의 문제로 인식하고 공을 들이는 대기업이 많다”며 “이런 노력은 국가 경제 발전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력사 발전이 곧 회사 경쟁력

대기업, 동반성장 공들인다
삼성그룹은 협력사의 발전이 곧 회사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철학 아래 동반성장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협력사와 지속 가능한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3월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연 ‘삼성-협력사 공정거래 협약식’에서 “대기업과 협력사가 힘을 합쳐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문화를 구축하고 협력사의 기술개발과 생산성 혁신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동반성장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등 9개 계열사와 1, 2차 협력사 4300여개가 참가해 동반성장을 다짐했다. 삼성은 계열사별로 동반성장 관련 전담부서를 두고 기술과 자금 지원, 인력 양성 등 다양한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협력사의 품질 및 기술 경쟁력 강화, 자금 및 인재채용 지원, 동반성장 문화 조성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 10월 나흘간 경기 화성에 있는 남양연구소에서 ‘2016 연구개발(R&D) 협력사 테크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행사에서는 협력사 신기술 전시뿐 아니라 기술 교류 세미나, 글로벌 완성차 비교 전시 등을 열었다. 최신 정보를 공유하며 협력사의 연구개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런 노력이 계속되면서 현대차그룹 협력사의 매출, 시가총액 등 외형이 눈에 띄게 성장했다. 현대차그룹 협력사 중 대기업 숫자는 2001년 46개에서 2014년 139개로 3배가량 증가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협력사 숫자도 2001년 46개에서 2014년 69개로 늘었다.

경영 노하우 전수도 꾸준

SK그룹의 상생경영 모토는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잡는 법을 알려줘야 서로 발전할 수 있다’다. 협력사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교육에 힘쓰는 이유다. SK는 2007년부터 ‘동반성장 CEO(최고경영자) 세미나’를 꾸준히 열고 있다. 이 세미나는 협력사 CEO들에게 경영전략, 재무, 마케팅, 리더십 등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는 프로그램이다. 현재까지 5500명가량이 참여했다. 강의료는 SK 계열사들이 부담한다. 지난해에는 경영에 복귀한 최태원 SK 회장을 비롯해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조기행 SK건설 사장 등 SK 계열사 사장 8명과 협력사 CEO 89명이 참가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평소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은 LG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구 회장은 “LG에는 갑을관계가 없다”며 “협력사들이 가장 신뢰하고 거래하고 싶은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구 회장의 경영 지침을 필두로 LG는 계열사마다 동반성장 활동에 공을 들이고 있다. LG전자는 협력사에 생산 컨설팅 지원, 무이자·저금리 대출, 무료 교육 지원 등을 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협력사를 지원하는 전담조직인 동반성장담당을 최고생산책임자(CPO) 산하에 두고 다양한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LG는 지난 6월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2015년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LG전자·LG디스플레이·LG화학·LG생활건강·LG유플러스·LG CNS 등 6개 계열사가 최고 등급인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됐다. 국내 133개 대기업을 기준으로 한 평가에서 가장 많은 6개 계열사가 최고 등급을 받았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양측의 성과가 함께 올라가는 선순환 파트너십이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