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반도체'의 경고…"중국이 두렵다"
“지난 30년간 세계 반도체 상위 10개사에 중국 회사는 없었습니다. 중국이 반도체의 중요성을 모를까요. 절대 아닙니다. 이미 국가적으로 움직이고 있고, 성과도 나오기 시작합니다. 우리도 이대로 있으면 안 됩니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기남 사장(사진)의 경고다. 이미 중국기업이 반도체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정부 차원의 지원에 힘입어 한국 기업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지난 1일 서울대에서 열린 ‘기술 혁신을 통한 미래 반도체’ 특강에서다.

그는 “중국은 국가적으로 반도체산업에 연간 1000억달러대 투자를 하고 있다”며 “설계전문업체(팹리스)를 인수하고, 자국 내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짓고, 해외자본까지 끌어들여 공장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 반도체산업 성장을 저지하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사장은 “대만을 비롯한 중화권으로 넓히면 이미 반도체 시장의 상당 부분이 넘어갔다”며 “설계 전문업체 상위 50개사 중 17개가 중화권 기업인데 한국 기업은 하나밖에 없고, 제조전문회사(파운드리) 상위 10개사 중 6개는 중화권 기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도체산업이 지속 성장하려면 반도체 인력 육성에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대로 있으면 큰일 난다”고 우려했다. 그는 “더 많은 학생이 반도체를 전공해야 하고, 반도체를 가르칠 수 있는 교수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려와 함께 희망의 메시지도 전했다. 1985년만 해도 전체 반도체 상위 10위 리스트에 포함되지도 못한 삼성전자가 15년 뒤인 2000년 4위로, 30년 뒤인 2015년 2위로 올라선 사실을 예로 들었다. 김 사장은 “1983년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시작한 이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며 “그 배경에는 ‘never give up(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정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01년께 세계 학회에서는 30㎚(1㎚=10억분의 1m) 공정이 한계라고 얘기했지만 이미 10㎚ 공정이 양산되고 있다”며 “물리학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면 포기하지 말고 계속 도전하는 게 엔지니어의 자세”라고 강조했다. 반도체의 미래에 대해선 “스마트 반도체는 결국 사람을 모델로 쫓아가고 있다”며 “지금은 격차가 많이 나지만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결국 인간 능력 수준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