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개정보 이용한 '2차 수령자'에 첫 과징금
한미약품 내부자거래 관련 2차 정보수령자 20여명에게 과징금이 부과된다. 지난해 7월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도입된 이후 미공개정보 이용 관련 과징금을 징수하는 첫 사례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서봉규)은 한미약품 악재 정보를 공시 전에 유출하고 이를 통해 손실을 회피한 직원 김모씨(31)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1일 밝혔다. 이들로부터 악재 정보를 미리 받은 1차 정보수령자 20여명도 입건했다.

직원들은 한미약품이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체결한 85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이 해지됐다는 공시를 내기 전날인 지난 9월29일 미리 주식을 팔아 손실을 회피하고, 정보를 유출했다. 한미약품의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 법무팀 직원 김씨는 해당 정보를 이용해 9000여만원 손실을 회피했다.

한미사이언스 법무팀은 한미약품의 법무팀 업무를 대신하는 구조여서 경영정보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었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회사 내부자 3명은 메신저나 문자메시지, 전화로 지인 16명(1차 정보수령자)에게 해당 정보를 알리고 3억300만원의 손실을 피하도록 도운 혐의도 있다. 내부자에게 정보를 받은 지인들은 1인당 수천만원의 손실을 피하는 식으로 이득을 챙겼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한미약품 임원도 수사 선상에 있다”며 “2~3명 정도 추가로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주 수사를 마무리한 뒤 2차 정보수령자 20여명을 금융감독원에 통보할 예정이다.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정보를 받은 1차 수령자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만 2차 수령자부터는 과징금 처분 대상이다. 지난해 7월 2·3차 정보수령자도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실제 과징금이 징수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금융위원회는 2011년부터 2차 정보수령자에 대한 과징금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었다.

검찰 관계자는 “2차 이상 정보수령자도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과징금을 부과하자는 취지였지만 혐의 입증이 어려워 행정처분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며 “이번엔 과징금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검찰은 올해 10월 한미약품과 증권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공시 전 이뤄진 대규모 공매도를 주도한 세력이 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