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오른쪽)가 1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회동하며 적은 메모(가운데)가 카메라에 포착됐다. 위쪽에는 추 대표, 아래쪽에는 김 전 대표의 생각을 정리한 것으로 추정된다. ‘형사×’라는 구절을 놓고 정치권에선 “형사 처벌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등 해석이 분분했다. 연합뉴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오른쪽)가 1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회동하며 적은 메모(가운데)가 카메라에 포착됐다. 위쪽에는 추 대표, 아래쪽에는 김 전 대표의 생각을 정리한 것으로 추정된다. ‘형사×’라는 구절을 놓고 정치권에선 “형사 처벌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등 해석이 분분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 추진에 급제동이 걸렸다.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가 일단 이탈했고, 야권 공조에도 금이 갔다. ‘탄핵 공조’가 맥없이 무너지는 분위기다.

탄핵의 ‘캐스팅보트’를 쥔 여당 내 비박계를 포함한 새누리당은 1일 의원총회를 열고 ‘내년 4월 말 퇴진·6월 대통령선거 실시’를 만장일치 당론으로 채택했다. 대통령의 퇴진 입장 발표를 전제로 하고 있지만 새누리당 비박계는 사실상 야당의 탄핵 추진에서 발을 뺀 모양새다.

탄핵 추진의 한 축인 비박계가 박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요구해온 국가 원로와 친박계(친박근혜) 쪽으로 돌아서면서 향후 야당의 탄핵 추진 동력이 힘을 잃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4월 퇴진을 공식화하면 탄핵 추진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조찬회동에서 대통령 탄핵안 처리를 위한 협상을 벌였다. 두 사람의 회동은 서로 견해차만 확인한 채 소득 없이 끝났다. 추 대표는 탄핵안에 새누리당 비박계가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김 전 대표는 “내년 4월30일 대통령 퇴임이 결정되면 굳이 탄핵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이어 ‘여야 협상이 잘 안 되면 9일 탄핵안 표결에 참여하느냐’는 질문에 “비상시국위원회는 여야 합의로 대통령의 4월30일 퇴임을 못 박자는 것이고, 만약 여야 합의가 안 되면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4월30일 퇴임을 의결해 대통령의 답을 듣고, 그것이 안 되면 9일 탄핵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퇴진 입장을 공식화하면 탄핵 추진을 중단하겠다는 의미다.

추 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을 만나 “탄핵을 하면 동시에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박 대통령의 사퇴(퇴진)가 늦어도 1월 말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해 ‘퇴진 협상을 하는 것이냐’는 야권 내 논란을 일으켰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2일 탄핵에 들어가면 법적 사퇴 시한을 1월 말로 본다는 얘기이지, 퇴진(협상)을 얘기한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2일 본회의 표결 처리를 목표로 이날 탄핵안 발의를 시도했지만 국민의당이 9일 처리 입장을 고수하면서 끝내 좌절됐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탄핵안을 2일 본회의에서 통과되도록 추진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정했다. 추 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오후 회동에서 탄핵안 발의 시기 등 조율에 나섰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추 대표는 “오전에 김무성 전 대표를 만난 결과 9일에도 탄핵 추진 의지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국민의 뜻에 따라 2일 탄핵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야권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탄핵안 처리 가능성이 희박한 점을 들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위원장은 “탄핵은 발의가 아니라 통과를 목표로 해야 한다"며 “탄핵안 통과를 위해 여당 비박 의원들을 끝까지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오는 5일 본회의를 열어 탄핵안을 처리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정하고 민주당과 정의당에 제안했다.

손성태/유승호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