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영원에서 날아온 나비
거대한 건축물 주변에 노란빛이 떠다니고 있다. 신비한 분위기의 이 장면은 사진가 이정록의 ‘나비’ 시리즈 최근작이다. 컴퓨터그래픽을 써서 만든 것처럼 보이지만 독특한 촬영 방법으로 찍은 사진이다. 이씨는 고대 신전 터를 찾아가 카메라를 고정해 놓고 해질녘부터 긴 시간 셔터를 열어 놓은 상태에서 작은 나비 모양의 플래시를 여러 번 터뜨려 나갔다. 그렇게 하니 수백 마리의 나비가 날아다니는 사진이 완성됐다. 눈으로는 볼 수 없고 사진으로만 존재하는 광경이다. 작가는 이런 작품을 통해 종교적 영원성을 표현하려 했다. 세월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세계가 존재하다는 믿음을 나타낸 것이다.(자료제공 소울아트스페이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