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29일 서울역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를 TV로 지켜보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시민들이 29일 서울역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를 TV로 지켜보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제3차 대국민담화에서 퇴진을 기정사실화함에 따라 향후 정치권에선 개헌론이 불붙을 전망이다. 정치권이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과정을 밟든, 퇴진 시점을 정해 하야하도록 하든 관계없이 벌써부터 개헌 주도권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내 비주류와 국민의당,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을 중심으로 개헌론이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 내에선 김무성 전 대표가 대표적인 개헌파다. 대통령 탄핵과 퇴진 문제를 넘어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등 유력주자 중심의 대선판을 개헌을 통해 흔들어야 입지를 넓힐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반면 문 전 대표는 개헌에 반대하면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손 전 대표는 지난 28일 “야권의 패권을 쥔 정치 세력은 개헌에 대해 정략이라고 매도하고 있다”고 친문(친문재인) 진영을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또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기다리는 동안이 대한민국의 새판을 짤 천재일우의 기회”라며 개헌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도 “탄핵 의결 이후에 개헌을 논의하는 게 순리”라고 밝혔다.

반면 문 전 대표는 최근 대학생과의 시국 간담회에서 “개헌론과 개헌을 매개로 한 정계개편에 대해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여기에 교묘한 물타기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선거구제 개편, 지방분권 등을 비롯해 2012년 대선 때 자신이 내세웠던 개헌 공약을 거론한 뒤 “나도 우리나라 헌법에 손 볼 데가 많다고 생각한다. 개헌이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이 시기에 개헌을 이야기하면서 제왕적 대통령제가 이번 사태의 근본이라고 이야기하는데 헌법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겨난 건가”라고 반문했다. 박 대통령 책임이지 대통령제에 문제가 있어서 최순실 사태가 터진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문 전 대표는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마당에 굳이 개헌을 통한 판 흔들기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남경필 경기지사도 “탄핵에 집중해야 할 지금 이 시점에 적절치 않다”며 “탄핵과 개헌을 연계하려는 움직임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차기 대선 이전 정치권이 개헌에 대해 합의를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