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앞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 박근혜 대통령의 제3차 대국민담화 발표 장면이 중계되고 있다. 전광판 뒤쪽으로 청와대가 보인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29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앞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 박근혜 대통령의 제3차 대국민담화 발표 장면이 중계되고 있다. 전광판 뒤쪽으로 청와대가 보인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의 29일 3차 대국민담화 이후 정치권은 대선 국면으로 본격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에선 후보군이 단출해졌다. 친박(친박근혜)계 지지를 등에 업을 것으로 예상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지율이 급락한 새누리당으로 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김무성 전 대표는 불출마를 선언했고, 남경필 경기지사는 탈당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원희룡 제주지사가 여권 주자로 거론된다. 이들도 향후 당 분란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탈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야권에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민주당 의원 등이 후보로 꼽히고 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제3지대 후보로 뛰고 있다.

관전 포인트는 정계 개편이 어떻게 이뤄지느냐다. 대선 주자들 간 연대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대선판 재편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 ‘친문(친문재인) 대 반문(반문재인) 연합’ 구도로 잡혀 가는 분위기다. 그 중심엔 개헌이 자리 잡고 있다. 친문 진영을 제외한 나머지 세력이 ‘분권형’을 고리로 대권 구도를 재편한다는 시나리오다.

김 전 대표가 대선 구도 재편을 촉발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3일 불출마 선언을 하며 “최순실 사태보다 100배 중요한 게 개헌”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진보·좌파의 집권 저지를 위해 건전한 보수세력을 하나로 묶는 작업에 나서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정치권 새판 짜기 구심점이 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는 국민의당과는 영호남 화합을 명분으로 연대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김 전 대표는 안 전 대표와 반 총장, 제3지대의 정의화 전 국회의장 세력 등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의사도 나타냈다.

정 전 의장과 손 전 대표는 지난 26일 만나 ‘친박·친문 패권주의’에 대응하는 대안(代案) 정치세력을 형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개헌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원탁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추진 방향을 논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 민주당 내 비문 세력들의 제3지대 합류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종인 전 대표는 여야 잠룡들을 잇달아 만나 대선과 관련한 얘기들을 나눠 왔다.

정계 개편의 최대 변수는 반 총장의 선택이다. 반 총장이 지지율이 급락한 새누리당과 문 전 대표가 버티고 있는 민주당으로 가기는 어렵다. 반 총장이 ‘권력 분점형’ 개헌을 매개로 안 전 대표나 김무성 전 대표와 손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외교관 출신인 반 총장이 외치(外治)를 맡고, 안 전 대표나 김무성 전 대표가 책임총리로서 내치(內治)를 담당하는 그림이다. 넓게는 반 총장과 안 전 대표, 김무성 전 대표, 김종인 전 대표, 제3지대 세력 등을 묶어 문 전 대표와 맞서는 ‘빅텐트론’도 제기된다. 다만 역대 대선에서 제3의 정당이 등장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다는 점에서 반 총장이 선뜻 이런 선택을 하겠느냐는 반론도 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