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여성복 빈폴레이디스를 16년 만에 전면 개편한다. 지금까지 경쟁하던 캐주얼 시장에서 벗어나 고가의 컨템포러리(현대적 디자인을 강조한 의류) 시장으로 옮겨가겠다는 전략이다. 저가의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와 고가 명품만 팔리는 트렌드를 반영한 전략 수정이라는 분석이다.

삼성물산 '패션 투트랙'…SPA 아니면 명품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내년 봄 신상품부터 빈폴레이디스의 콘셉트, 제품 디자인, 가격대 등을 모두 바꾼다고 29일 밝혔다. 빈폴레이디스는 1989년 빈폴 브랜드 여성복으로 출발, 2001년 단독 브랜드로 매장을 냈다. 16년 만에 처음으로 전면 개편에 나선 것이다.

핵심은 캐주얼(TD)로 구분되던 브랜드 콘셉트를 컨템포러리로 바꾸는 것이다. 컨템포러리 브랜드가 입점된 곳으로 백화점 층을 옮기고 산드로, 마쥬, 띠어리, 쟈딕앤볼테르 등 수입 브랜드와 경쟁하게 된다.

빈폴레이디스의 메인 상품은 좀 더 여성스러운 디자인의 레이디 B, 림 등이다. 또 20대를 겨냥한 온라인 전용 판매상품, 고가의 컬렉션 라인으로 구성한 스튜디오 B 등 다양한 가격대의 특화상품을 늘리기로 했다.

온라인 상품은 빈폴레이디스 기존 판매가보다 30%가량 저렴하고 스튜디오 B는 30%가량 비싸게 책정할 예정이다.

이번 전략 수정은 저가의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와 고가 브랜드를 구분해 키우겠다는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의 ‘투트랙’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이 사장은 “잘되는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며 저가와 고가로 양분되는 업계 트렌드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빈폴키즈 단독매장을 없애고 남성복 엠비오, 여성잡화 라베노바 사업을 접는 등 구조조정을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를 위해 삼성물산은 2003년부터 2011년까지 구호 디자이너였던 임수현 실장을 올해 3월 빈폴레이디스 디자인실장 자리에 앉혔다. 임 실장은 2007년부터 구호 디자인실장을 맡으면서 브랜드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호는 올해 11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빈폴레이디스는 지난해 매출 820억원을 올렸고 올해 매출 92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