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8일 국정 역사교과서를 공개했지만 ‘빛’을 보기까진 험로가 예상된다. 다음달 23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을 뿐 최종본 배포 방식에 대해선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 ‘최순실 사태’ 추이에 따라 새 역사교과서는 인쇄도 되지 못한 채 ‘전자 교과서’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국정 역사교과서 공개 기자회견에서 향후 추진 계획과 관련해 “결정된 바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앞으로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학교 현장에 국정 역사교과서와 검·인정교과서 중 선택권을 주는 ‘국·검정 혼용안’이 유력하다. 김태웅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국정교과서라는 틀을 버려야 한다”며 “좋은 교과서가 나오려면 수요자의 선택이 존중되는 시장 원리가 관철돼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으로 적용 시기를 1년 미루는 방안도 있지만 이렇게 되면 ‘박근혜 정부 임기 내 실현’은 물 건너간다. 다음 정권이 전 정부의 ‘작품’을 계승할지도 불투명하다. 마지막 안은 다음달 23일까지 의견 수렴을 위한 ‘휴지기’를 갖고 내년 3월 현장 적용을 강행하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악화된 민심을 감안하면 위험 부담이 크다. 정치권이 지난 23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를 시작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금지 법안’ 심사에 들어간 것도 변수다. 법안이 다음달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국정 역사교과서 발행은 중단된다.

이날 공개된 집필진 31명에 대한 논란도 가열될 전망이다. 집필진은 24명의 전·현직 교수(연구원)와 7명의 현장 교원으로 이뤄졌다. 진보성향의 단체들은 근·현대사 집필진 대부분이 보수인사로 채워져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치학, 경제학, 법학, 군사학 전공자 등으로 구성된 현대사 집필진에 역사학자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아 전문성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전 고려대 한국사학과 명예교수)은 “민주화, 경제발전, 6·25전쟁 등 다양한 이슈를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