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각 상임위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예산 증액을 요청한 사업이 총 4000여건 40조원 규모에 이른다고 한다. 4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돼 ‘슈퍼예산’이라고 불리는 내년 국가 예산의 10%나 되는 규모다. 의원 1인당 13건의 지역구 민원 사업을 밀어넣은 셈이다. 예산안 법정처리기한(12월2일)을 앞두고 국회에 한바탕 ‘쪽지예산’ 로비전이 펼쳐지는 구태가 올해도 여지없이 반복되고 있다. 더구나 2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최순실 예산’이 대폭 감액되거나 삭감돼 이를 차지하려는 의원들의 물밑경쟁까지 더해져 국회의장단과 예결특위 소속 위원들에게 민원이 폭주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쪽지예산이야말로 나라 살림을 망치는 원흉이다. 예산 증가분에서 쪽지예산이 차지하는 몫이 평균 30~40%에 달한다. 그래도 올해는 마침 부정청탁을 금지하는 ‘김영란법’도 시행되고 있는 데다 여야가 예산심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선언까지 해 뭔가 달라질 것이 기대됐었다. 그러나 예산안조정소위가 한 차례 공개회의를 열었다가 ‘효율적인 심사’를 이유로 증액소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해 비공개로 전환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또다시 여야 중진부터 선수(選數)대로 조금씩 배정하고, 또 막판엔 흥정까지 벌이는 밀실심사가 재연된 것이다.

누차 지적한 대로 쪽지예산은 그 자체로 위헌이요, 위법이다. 헌법 57조는 “국회가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항목의 금액을 늘리거나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상적인 심의를 거치지 않고 막판 흥정을 통해 끼워넣는 쪽지예산은 “각 항의 금액을 증가시킬 때는 소관 상임위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국회법(84조5항) 규정조차 위반하는 것이다. 더구나 정부가 예산심사를 앞두고 쪽지예산은 ‘특정개인이나 단체에 예산이 배정되도록 개입하는 것’으로 ‘김영란법’에 위배되는 부정청탁이라는 유권해석까지 내놨다. 기획재정부는 쪽지예산 청탁을 ‘김영란법’ 위반으로 신고하겠다고까지 했다. 이들 의원은 대체 어느 나라 의원인가. 이러고도 최순실을 욕하고 대통령 탄핵을 입에 올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