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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두려운 건 트럼프의 법인세 인하 파장이다

입력 2016-11-28 17:34:13 | 수정 2016-12-01 13:06:40 | 지면정보 2016-11-29 A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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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본 흡수할 미국 법인세 인하
한국만 세율인상 주장으로 역주행
트럼프보다 먼저 법인세율 낮춰야"

조경엽 <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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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세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미국우선주의와 신고립주의로 대변되는 그의 외교정책이 기존의 세계질서를 흔들 만큼 파괴력이 클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냉정히 보면 우리의 경제적 위기는 트럼프의 외교정책보다 그의 법인세 인하 정책 때문에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다. 트럼프의 외교정책이 미국의 국익에 큰 도움이 안 될 거라는 사실을 트럼프 자신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의 외교정책은 한국의 노력 여하에 따라 쌍방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수정 보완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법인세율을 큰 폭으로 낮추겠다는 공약은 한국의 외교적 노력과 상관없이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다.

미국의 법인세율 인하는 글로벌 조세경쟁의 도화선이 될 것이다. 미국처럼 경제 규모가 큰 나라는 법인세율을 높게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도 미국 자본을 자국 내에 머물게 하고 해외자본을 유인할 수 있는 투자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법인세율마저 세계 최저수준으로 낮춘다면 세계시장의 자본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다.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이 잇달아 법인세를 인하하는 조세경쟁에 뛰어들 것이 분명하다.

한국은 이런 경쟁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3%포인트 인상해서 법인세를 정상화하자는 야당의 목소리가 높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법인세 인상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할 것을 강하게 시사한 바 있다. ‘법인세 인상 반대’를 당론으로 하는 새누리당 국회의원마저 법인세 인상의 불가피성을 언급하고 있다.

현재는 한국의 법인세율이 미국보다 13%포인트 낮다. 하지만 한국이 현행 22%에서 25%로 올리고 미국이 공약대로 35%에서 15%로 내린다면 우리 법인세율이 미국보다 10%포인트나 높아진다. 한순간에 23%포인트의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미국으로 자본이 급격히 빠져나가고 미국으로부터 유입되는 자금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국제간 법인세율 격차가 1%포인트 커지면 자본유출은 2.3% 증가하고, 자본유입은 1.4% 감소하는 것으로 한국경제연구원은 추정하고 있다. 미국과의 세율격차에 23%포인트 변화가 생긴다면 현재 한미 간 상호투자 규모를 고려할 때 미국으로의 자본유출은 6조원 증가하고 유입은 2조원 감소해 자본 순유출은 8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는 주한미군 주둔비용 1조원의 8배에 달하는 규모다.

트럼프 당선자를 공화당의 ‘아웃사이더’로 부르지만 그의 국내 정책은 ‘작은 정부, 큰 시장’이라는 정통 보수주의의 이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오바마케어를 폐기하고, 법인세는 물론 소득세를 내리고 상속세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각종 규제가 경쟁력을 해치고 있다며 규제 철폐 및 완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함으로써 기후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세계적인 움직임에 몸을 낮추고 있던 보수주의자들에게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런 정책을 들고 나온 트럼프를 선택한 이유를 기득권 세력에 대한 미국 국민의 분노로만 이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기득권 세력에 대한 분노라면 버핏세와 부유세를 공약으로 내세운 힐러리 클린턴을 선택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민은 분노보다 실익을 택한 것이다. 징벌적 세금을 부자들에게 부과한다고 일자리가 창출되고 소득재분배가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있는 것이다. 세금을 낮춰 투자와 노동에 역(逆)유인 효과를 제거할 때 더욱 많은 일자리가 생긴다는 것을 인식한 결과다. 외교력을 동원해서 트럼프의 법인세 인하 정책을 바꿀 수 없다면 우리의 선택은 분명하다. 스스로 법인세율을 낮추는 것이다.

조경엽 <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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