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피용(62) 전 총리가 27일(현지시간) 프랑스 우파 제1야당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뽑히면서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궁) 입성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

사르코지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피용이 내년 4∼5월 치러지는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현지 언론은 예상했다.

피용은 1954년 파리에서 서쪽으로 200㎞ 떨어진 사르트도(道)에서 태어났다.

법률가 집안의 4형제 중 맏이였던 피용은 두 살 때인 1955년부터 할아버지와 함께 사르트에서 열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포츠카 경주대회인 '르망 24시'를 보러 갔다.

청소년기에는 학교가 끝나면 '르망 24시' 경주용 자동차를 감상하러 갈 정도로 자동차 경주에 빠졌다.

그는 1990년대 말 경주용 자동차를 운전하는 방법을 배웠으며 60세가 넘은 지금도 자동차 경주용 코스에서 스포츠카를 몰고는 한다.

피용은 자동차 경주와 함께 산악 등정도 즐기는 극한 스포츠 마니아로 알려졌다.

청소년 시절 피용은 권위를 거부하는 반항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고등학생 때 무능하다고 생각한 영어 선생님에게 사임을 요구하는 모임을 주도하다가 정학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후 소르본대에 진학한 피용은 법대 동창으로 만난 영국인 페넬로프 클라크와 1980년 결혼해 다섯 자녀를 뒀다.

결혼 이듬해인 1981년에는 27세에 최연소 하원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프랑수아 미테랑과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밑에서 여러 차례 장관을 역임했고 사르코지 전 정부에서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총리를 지냈다.

피용은 경제 부분에서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강력한 신자유주의적 정책인 '대처리즘'을 지지하는 친시장주의자, 사회 부문에서는 개인적으로 낙태를 반대하는 가톨릭 보수주의자로 평가받는다.

감세와 노동시장 유연화 등 시장주의 개혁을 지지하는 그는 이번 공화당 경선에서도 공공부문 인력 50만 명을 줄이고, 주당 근로시간도 좌파 사회당 정부가 정한 35시간에서 39시간으로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피용은 이념 때문이 아니라 총리에 재임하면서 경험을 통해 경제면에서 자유주의자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모든 정부를 지나며 쌓인 속박이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5년 총리 재임 기간 피용은 프랑스 경제 개혁 문제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난도 받는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피용은 사회 부분에서는 동성애와 낙태에 반대하는 보수주의자이다.

피용은 "여성이 낙태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도 없앨 수 없다"면서 "그러나 철학적으로나 내 종교 신념상 낙태를 승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는 1975년 낙태가 합법화됐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올랑드 사회당 정부의 동성결혼법을 개정해 동성 부부의 입양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인 이민과 관련해 그는 2013년 "프랑스에 너무 이민자가 많다"면서 "프랑스에 오고자 하는 이들을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공화당 경선에서도 이민자 수를 최소화하겠다고 다시 한 번 약속했다.

이슬람 테러리즘에 대해서는 '이슬람 전체주의 이기기'란 책을 펴내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외교적으로는 서방과 껄끄러운 관계인 러시아와 화해 노선을 취하는 프랑스 내 대표적인 친러시아 정치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합병을 크게 비난하지 않았던 피용은 "우리가 대화를 거부하고 그들(러시아)을 점점 더 폭력적, 공격적, '덜 유럽적'으로 몰아가면서 러시아인들을 계속 도발해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최근 피용을 "대단히 전문적인 인물이며 원칙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라면서 "내 생각에 피용 전 총리는 오늘날 세계의 정치인들과 대단히 다르다"고 치켜세웠다.

피용 전 총리는 2011년 방한해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예방했으며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 한승수 총리 등과도 프랑스에서 회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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