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트럼프노믹스, 한국 경제 돌파구로 삼자
한국의 리더십이 촛불 앞에 녹아내리는 동안 미국에서는 새로운 리더십이 세워졌다. 예상치 못한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선 승리가 현실화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내치는 마비됐고, 외치는 표류하고 있다. 국회라도 먼저 나서 태평양 너머에서 불어올 경제안보 나비효과에 대비해야만 했다. 지난 14일 국회 동북아평화협력의원외교단 소속 여야 중진 국회의원 5명은 무거운 마음으로 미국 방문 길에 올랐다.

미국의 새 리더십의 불확실성을 확인하고 대비하기 위해 트럼프 측 인사들과 대(對)한반도 외교안보경제통상 정책 전문가들을 만나 논의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자가 선거기간에 내세운 ‘미국우선주의’를 바탕으로 한 보호무역, 대북정책 노선변경, 방위비 분담금 증액,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의 캠페인 메시지는 우리 국민이 걱정할 만한 의제들이었다.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는 기본틀은 크게 바뀌지 않고, 그 강도와 관심의 증감만이 있을 것이라는 기조를 읽을 수 있었다. 대화 채널을 폭넓게 열어두면서도 ‘세컨더리 보이콧’을 포함한 추가제재를 강화함과 동시에 북한의 마약거래, 달러위조 등의 형사범죄도 강력히 처벌하는 등 각국과의 형사법적 공조를 통해 북한을 더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의 초대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됐던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선제공격 가능성은 ‘제로’라고 못박으며, 일부 제기되던 강성 대북정책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문제는 역시 경제였다. 미국은 중국 다음으로 한국이 수출을 많이 하는 국가다. 한국으로선 미국 경제통상 정책의 변화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단기간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경제정책에 집중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였다. 2년 뒤 의회선거를 앞둔 미국의 정치지형 속에서 유권자를 의식할 수밖에 없고, 그의 전공 분야인 만큼 경제 분야에서 더 과감한 행정을 펼칠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노믹스는 대규모 감세와 제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1조달러 규모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 성장정책과 보호무역주의를 골자로 하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철수, 중국 환율 조작국 지정 등을 주요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 같은 기조의 경제적 파고는 실행 강도나 시기에 따라 높낮이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한국 경제에 미칠 위기적 요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은 분명했다.

다만 트럼프노믹스가 한국 경제에 기회인 측면도 없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당선자의 한 참모는 “트럼프 정부는 감세정책을 통한 기업 유치, 제조업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SOC 인프라 투자 등을 중심으로 경제 성장률을 높이려 한다. 한국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우리 측에 했다. 이 같은 위기 속 기회를 잘만 활용하면 우리 경제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평생을 거래하며 성공을 일군 사업가이자 승부사다. 그의 경력, 경험, 대선과정에서의 발언 등은 외교도 거래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하지만 공동의 이익을 키우고 이익을 넘어서는 가치를 공유하는 것은 비즈니스뿐 아니라 정치외교분야에서도 통용되는 거래의 기술이다. 다양한 한·미 간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우리가 제시할 카드와 미국의 카드를 정확히 살피고, 양국 간 거래가 공동의 이익과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지금과 같이 국정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서는 트럼프 정부 핵심 공약을 집중 분석하고, 정부와 국회가 공동으로 분야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다각적중층적 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법은 확실한 대안을 갖고 철저하게 대비하는 것뿐이다.

정병국 < 새누리당 국회의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