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도시화가 기회…경제통합 맞춘 진출 전략 필요"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각국의 인구 증가세에 주목해야 합니다. 도시화가 빨라질수록 구매력을 지닌 사람이 도시로 몰리죠. 사회간접자본(SOC) 및 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1인당 가처분 소득이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동남아시아는 충분히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서정인 주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대표부 대사(사진)는 지난 24일 한·아세안 관계 취재를 위해 인도네시아를 찾은 외교부 공동취재단을 만나 “아세안을 하나의 시장, 하나의 생산기지로 생각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 대사는 주태국대사관 공사참사관, 남아시아태평양국 심의관·국장을 지낸 외교부 내 대표적인 아세안 전문가다. 2015년 4월 아세안대표부 대사로 부임해 아세안의 성장을 현장에서 지켜본 서 대사는 “동남아에 진출하려는 기업은 개별 국가라는 나무와 아세안이라는 숲을 동시에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등 5개국은 1967년 정치 안보 협력을 위해 동남아국가연합으로 뭉쳤다. 이후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가 가입해 10개국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제 통합에 박차를 가해 2015년 말 아세안경제공동체(AEC)를 출범시켰다.

“지금까지 아세안 국가별 진출은 우리 기업이 잘 해오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사를 보면 AEC 출범 대비 전략을 갖춘 한국 기업은 5%에 불과합니다. 아세안에 진출한 미국 기업의 93%가 AEC를 투자 전략의 주요 요소로 보고 있는 것과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서 대사는 “아세안의 국경이 낮아지면서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등 저임금 인력이 태국 접경지의 경제특구에서 노동력을 제공하고, 여기서 만들어진 부품이 인도차이나 반도의 각 나라에서 완제품으로 생산되고 있다”며 “6억명이 넘는 지역에서 경제 통합의 기치를 내세웠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세안 국가들은 대체로 1인당 소득이 높지 않지만 그만큼 발전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식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충분한 만큼 직접 현장을 방문해 현지 사정을 파악하고 특화 서비스 상품을 내놓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자카르타=외교부 공동취재단/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