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관점 바꾸기
머리카락이 유독 빨리 자라기도 하고, 자라면 덥수룩해지는 스타일이어서 적어도 보름에 한 번은 미용실에 간다. 자리를 가리는 예민한 성격도 아니고, 업무상 돌아다닐 일도 많아 그때그때 아무 데나 가는 편이다. 이발하는 동안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언제부터인가 미용실은 헤어숍이나 헤어살롱으로, 미용사는 헤어디자이너 또는 선생님으로 불리고 있다.

가만 생각해 보면 같은 말이지만 미용실에 가서 미용사한테 머리를 하기보다는 헤어숍에 가서 디자이너 선생님께 내 머리를 맡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말만 조금 바꿨을 뿐인데 전해지는 느낌은 확 달라진다. 이렇게 말이 바뀌었다는 것은 미용을 기술 영역이 아니라 전문가의 역할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즉, 관점이 바뀐 것이다. 그리고 관점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인식과 행동의 차이를 불러온다.

30년 넘게 몸담고 있는 보험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업을 경영하는 것도 과거 교과서처럼 회사 이윤 추구뿐만 아니라 고객 관점에서 어떤 가치를 부여하는가가 더욱 중요해졌다. 이익에서 가치로 관점이 바뀐 것이다. 과거의 ‘보험 모집인’ ‘설계사’라는 단어는 최근 대부분 회사에서 ‘FC(financial consultant)’로 통용된다. 이들을 바라보는 관점이 단순한 세일즈맨에서 고객의 행복한 삶을 컨설팅해주는 종합자산관리 전문가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직원들에게 강의할 때 자주 인용하는 속담이 있다. ‘겨울 산의 양달 토끼는 굶어 죽어도 응달 토끼는 산다.’ 양달 토끼는 눈이 녹지 않은 건너편 응달만 보고 굴 밖으로 나오지 않아 굶어 죽고, 응달 토끼는 건너편 양달에 어느새 녹은 눈을 보고 얼른 밖으로 나와 먹이를 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떤 관점을 갖느냐에 따라 생사가 갈리기도 한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어떤 관점으로 세상에 접근하느냐에 따라 생각과 행동이 변하고, 삶에서 얻는 결과물이 달라진다. 긍정적인 시각과 주도적인 자세로 바라보는 삶은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을 누리기 위해서는 스스로 공부하고 때론 용기를 내야 한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해진다는 인생의 법칙을 잊지 말자.

하만덕 < 미래에셋생명 부회장 affirmation01@miraeasse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