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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결정 땐 생산원가 아닌 '고객이 느끼는 가치' 따져 봐라

입력 2016-11-25 17:41:13 | 수정 2016-11-26 00:51:45 | 지면정보 2016-11-26 A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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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를 위한 경영학 <33> 가격과 비용

가격은 살아있는 생물

샤넬·롤렉스는 고가정책 유지
월마트는 '상시 저가' 마케팅 성공

1만원짜리 제품 9900원에 팔면 단위당 이익 100원 감소하지만
소비자 체감 가치는 100원 넘어

신현상 < 한양대 경영대 교수 >
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기사 이미지 보기

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애덤 스미스가 1776년에 쓴 《국부론》은 ‘보이지 않는 손’ 즉 가격(price)에 의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이뤄지는 시장경제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197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제품과 시장 상황에 대한 정보가 가격에 시시각각 반영돼 경제주체들의 의사결정을 돕는다는 점에서 가격의 정보 전달 및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강조했다. 현대 재무학의 아버지 유진 파마는 효율적 시장가설(efficient market hypothesis)을 통해 주식시장에서 정보가 가격에 반영되는 속도와 정확성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이끌어낸 공로로 2013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이처럼 가격은 경제학에서 매우 중요한 변수다.

마케팅에서도 가격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마케터 입장에서 가격은 제품 또는 브랜드의 포지셔닝 툴인 4P’s(제품, 가격, 유통, 광고홍보) 중 하나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은 구매 시 지급하는 비용(cost)에 해당하며, 소비자는 구매로 얻는 가치와 비용을 비교해 의사결정을 한다. 이때 회사가 가격을 높이면 단위당 이익률, 즉 수익성은 증가하지만 매출량이 감소하고, 가격을 낮추면 반대로 매출량은 증가하지만 수익성이 감소한다.

단기적 이익 극대화를 위해서라면 가격 변화에 따른 이익 변동분을 계산해 가격을 결정하면 간단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고객과 관계를 맺어나가면서 기존 경쟁자 및 잠재적 경쟁자와의 차별화를 고민하는 마케터는 가격 설정이 지닌 전략적 의미를 중요하게 여긴다. 예컨대 진에어, 제주항공과 같은 중저가형 항공서비스 브랜드는 적당한 가격대에 괜찮은 품질을 제공해 이익률보다 매출 내지 점유율에 집중하는 포지셔닝을 추구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안하고 안락한 서비스에 높은 가치를 느끼는 장거리 여행과 달리 단거리 여행 시는 약간 불편함이 있더라도 비용 절감을 선호할 때가 많다.

이에 따라 단거리 노선에서는 중저가형 포지셔닝을 가진 기업이 점차 많아지게 되고, 이들 간에 치열한 가격 경쟁이 일어나면서 전반적인 수익성이 악화된다. 결국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고가형 브랜드는 수익성이 높은 장거리 노선에 집중하게 돼 자연스럽게 차별화가 이뤄진다. 이런 양상을 미리 예측한다면 처음부터 그에 맞는 브랜드 이미지 구축 및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마케팅 전략 수립이 가능하다.

가격 변화에 따른 매출 변화는 ‘수요의 가격 탄력성(price elasticity of demand)’으로 측정한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수요의 가격 탄력성은 평균적으로 대략 1.5라고 한다. 예컨대 가격을 10% 낮추면 매출량은 그 1.5배인 15% 증가한다는 것이다. 물론 탄력성의 정도는 개별제품 또는 국가·시장의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예컨대 콜라처럼 보관 가능한 제품은 가격 탄력성이 좀 더 큰 반면 우유처럼 유통기한이 있는 제품은 가격이 싸졌다고 해서 덮어놓고 구매할 수는 없기에 가격 탄력성이 작은 편이다. 콜라처럼 가격을 낮춰 매출을 많이 늘릴 수 있는 아이템이라도 가격 할인을 지나치게 자주 활용하면 곤란하다. 보통 충성고객(loyal customer)이라 함은 가격을 깎아주지 않아도 특정 브랜드를 좋아해서 구입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런데 코카콜라 애호가들이 정기적인 가격할인 행사를 예측한다면 그들은 브랜드 충성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가격할인 행사 때까지 기다렸다가 싼 가격에 대량 구입해 장기간 소비함으로써 비용을 줄이고 효용을 극대화할 것이다. 이는 코카콜라의 충성고객을 가격에 민감한 고객으로 만드는 결과를 낳게 되고 결국 수익성의 장기적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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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상 한양대 경영대 교수

소비자도 결국 사람이기 때문에 가격을 어떻게 인지하는지, 즉 가격에 대한 심리적 반응이 중요하다. 예컨대 1만원짜리 제품을 9900원에 팔게 되면 회사가 얻는 단위당 이익은 100원 감소하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비용 절감 내지 가치 증가는 100원 이상이 돼 재무성과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를 ‘9로 끝나는 가격(9-ending pricing) 정책’이라고 부른다. 보험사의 경우 1년치 자동차 보험료가 70만원이라고 하는 것보다 ‘하루에 2000원으로 당신의 자동차를 보호해 드립니다’라고 비용을 잘게 쪼개 말하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훨씬 저렴하게 느껴진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처럼 가격은 품질에 대한 신호효과(signaling effect)를 지닌다. ‘할증가격(premium pricing)’ 정책은 샤넬이나 롤렉스처럼 고가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며, 제품의 탁월한 품질 및 명성에 대한 신호를 전달하기 위함이다. LG전자가 최근 1000만원이 넘는 시그니처 올레드 TV를 출시한 것은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비싼 가격은 제품의 희소성을 높여주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자기 만족 내지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려는 욕구 충족에 효과적이다. 한편 약이나 화장품처럼 건강 또는 미용에 직결돼 소비자가 느끼는 리스크가 크면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을 책정해 소비자에게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반면 월마트는 ‘상시저가(everyday low price)’ 정책으로 성공한 사례다. 저소득층 고객을 대상으로 중국 등지에서 저가 제품을 대량 수입하고 효율적 유통망을 통해 배송비를 절감해 경쟁사보다 매우 저렴한 가격에 많은 제품을 팔 수 있었다.

이처럼 가격은 소비자 반응과 기업의 재무성과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전략변수이므로 신중하게 관리해야 한다. 따라서 제품 생산원가를 기준으로 가격을 매기기보다 고객이 느끼는 가치, 경쟁제품에 대비한 가격 경쟁력 등 시장의 관점에서 가격을 결정해야 한다. 한편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는 건전한 시장경제 시스템을 위해서는 가격 왜곡을 막아야 한다. ‘김영란법’은 뇌물이나 인간관계에 의한 가격 왜곡을 방지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최근의 국정농단 역시 가격 메커니즘을 교란해 사회에 큰 손실을 끼친 사례다. 관련자는 법으로 엄단해서 합당한 비용을 치르게 하는 것이 시장경제 시스템의 안정과 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아마존이 1년간 무료배송 서비스를 한 까닭

가격을 시간에 따라 변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초기 고가격’ 정책은 출시 때 얼리어답터를 대상으로 비싼 가격에 팔아 투자비를 최대한 회수하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 가격을 내리면서 시장을 넓혀가는 방식이다. 노트북, 냉장고, TV 등 가전제품 카테고리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시장침투 가격’ 정책은 출시 때 가격을 낮게 책정한 뒤 어느 정도 시장점유율을 얻으면 가격을 올리는 방법이다. 하지만 가격을 올리면 기존 소비자의 저항에 부딪히기 때문에 실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한때 가입자가 1000만명에 달하던 프리챌의 2002년 강제 유료화 시도는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이에 반해 아마존은 미국에서 2일 안에 주문품을 무제한 무료 배송해주는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를 2004년 출시했다. 소비자는 처음 1년간 무료로 서비스를 경험한 뒤 79달러를 내고 프라임 서비스를 계속 사용하거나 아니면 주문 후 1~2주일을 기다려야 하는 공짜 배송 옵션을 선택한다. 이때 많은 고객이 빠른 배송의 가치를 인식하고 프라임 서비스를 선택했다. 프라임 서비스 이용자는 2013년 1000만명으로 증가했는데, 더 놀라운 것은 이들이 다른 고객에 비해 2.4배 정도 구매를 많이 했다는 점이다. 배송을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들어 구매주기가 짧아진 이유도 있지만, 이미 지급한 79달러의 본전을 찾기 위해 크게 필요하지 않은 제품까지 사는 경향을 보였다. 재미있는 것은 유통망의 발달로 대부분의 제품이 2~3일 내에 배송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프라임 서비스 비이용자들에겐 일부러 배송을 늦게 해준다는 점이다. 이처럼 서비스 품질의 정도를 달리하고 이에 따른 가격을 다르게 매기는 정책을 버저닝(versioning)이라고 부른다.

신현상 < 한양대 경영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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