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후 최악 수준으로 얼어붙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소비심리 '금융위기 후 최악'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보다 6.1포인트 하락한 95.8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94.2) 후 7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100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6월(98.8) 후 5개월 만이다.

소비자심리지수가 기준값인 100보다 낮으면 2003~2015년 장기 평균보다 소비심리가 좋지 않다는 의미다. 기업 구조조정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에도 100 이상을 유지하던 소비자심리지수가 한 달 만에 급락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도 높아졌다. 이날 발표된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11~18일 전국 2056가구에 체감경기를 물어본 결과다.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예상 밖으로 승리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던 때와 겹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급락하며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소비심리를 얼어붙게 한 요인이다. 생활형편과 가계수입, 전망 등 소비자심리지수를 구성하는 세부항목 모두 부진했다. 소비자들이 지금의 경제 상황을 평가한 ‘현재경기판단’ 지수는 60으로 전달(72)보다 12포인트 추락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34)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6개월 뒤의 경기 예측을 반영하는 ‘향후경기전망’ 지수는 전달(80)보다 16포인트 떨어진 64에 머물렀다. 앞으로 경기가 더 안 좋아질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취업기회전망’ 지수는 79에서 68로 하락했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데다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취업에 대한 자신감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6개월 뒤 가계의 재정 상황을 전망한 ‘생활형편전망’ 지수도 98에서 93으로 떨어졌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