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경기지사(오른쪽)와 김용태 의원이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새누리당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남경필 경기지사(오른쪽)와 김용태 의원이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새누리당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의원(3선·서울 양천을)이 22일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이정현 대표가 비박(비박근혜)계의 사퇴 요구를 거부하자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들 탈당을 신호탄으로 추가 탈당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남 지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김 의원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저는 오늘 생명이 다한 새누리당을 역사의 뒷자락으로 밀어내고자 한다”며 “그 자리에 정당다운 정당,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제 새누리당을 나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길을 걸어가려 한다”며 “헌법과 법치를 바로 세우고 국민 무서운 줄 아는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 이후 여당에서 탈당 인사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 지사는 친박(친박근혜)계 맏형격인 서청원 의원을 향해 “(뒤에서) 새누리당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런 정치 행태는 밤의 세계에서 조직폭력배들이나 하는 모습”이라고 비난하면서 서 의원의 정계 은퇴를 요구했다.

두 사람의 탈당을 계기로 이어질 추가 탈당 규모에 관심이 모아진다. 20명이면 국회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하다. 정병국, 하태경 의원 등 비박계 의원 상당수가 탈당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박계 대선주자로 구심점 역할을 하는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탈당에 부정적이라 탈당 의원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유 의원은 “당에 남아 당을 개혁하겠다”고 했다. 다만 여론에 민감한 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추가 집단 탈당이 이어지면 여당발 정계 개편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탈당 시기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발의 전후가 될 전망이다. 이들이 제4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뒤 ‘제3세력’ 결집을 모색하고 있는 이재오 전 의원, 정의화 전 국회의장,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과 결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남 지사는 이들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그분들과는 개인적으로 워낙 가깝다”며 “누구든지 만나서 얘기할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분당 위기가 현실화되자 이 대표는 조기 사퇴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음달 21일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이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 지도체제를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자는 일부 중진의원의 제안에 대해 “‘그라운드 제로’에서 최고위원들에게 이 문제를 논의해보자고 제안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원유철, 나경원 의원 등 6명의 친·비박 중진 의원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논의한 데 대한 답이다. 비대위원장으로는 양 계파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원외 인사가 거론된다. 비박계 중심의 비상시국위원회는 이 대표의 즉각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김채연/박종필 기자 why29@hankyung.com